이창동 장관, 연극 '당신 안녕' 단체 관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22일 저녁 대학로에서 출입기자들과 연극을 관람했다. 작품은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당신 안녕'이었다. 극작가 윤대성씨의 '이혼 예찬' 3부작 중 하나다. 이장관이 공개적으로 공연을 관람하기는 처음이다.

이 장관은 주말이면 혼자서 대학로나 국립극장, 영화관을 찾아다니는 걸로 유명하다. 사전에 아무 연락 없이 현장을 찾아가 조용히 객석에서 감상하고 돌아가는 식이다. 뒤늦게 극장 측이 이를 알고 당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달 초 화가 이우환 개인전 개막식에서는 강연회장의 한 귀퉁이에 앉아 2시간 가까이 강연을 듣기도 했다.

'나홀로 감상'을 고집해 온 이 장관이 이날 공개적으로 극장을 찾은 이유는 뭘까. 그는 현장 문화인 출신의 첫 문화부 장관이다. 문화계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을 만했다. 그러나 지난 번 연극인 1백인이 서명해 '문화관광부의 파행적인 인사와 문화 정책'을 비판한 데서 보듯 문화예술인들의 눈길이 곱지만은 않다. 이번 연극 관람을 그 연장선에서 보는 것은 이 때문.

문화부 관계자는 "장관은 문화 분야에 많은 힘을 쏟았음에도 이런 점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 해왔다"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 이 장관은 '언론 장관'으로 불릴 정도였다. 장관으로서 그의 첫 작업은 언론의 취재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부 무리한 조항으로 '언론자유 침해'라는 역공을 맞았다. 메이저 신문의 독과점이나 논조를 비판해 긴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장관의 이번 연극 관람이 '문화 장관'으로서의 본래 자리를 찾는 계기가 될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이영기 기자 <leyoki@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