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제비라면 자신이 있지요. 그 요령은 먼저 조약돌을 잘 골라야 하고, 수평으로 던지되 돌에 강한 회전을 걸어야 합니다. 그래야 제비가 물을 차면서 공중목욕을 하듯이 날아가지요. 고수라면 강폭 50여 m 정도는 사뿐 넘겨야 하고, 그 조약돌 윗면이 젖지 않아야 합니다. 언젠가 그런 고수를 만나 강을 사이에 두고 돌 하나를 주고받고 싶습니다.
물수제비를 뜨는 건 돌에 마음이라도 실어 피안에 이르고 싶어서겠지요. 그런데 강 건너 저쪽에서도 누군가 이쪽을 향하여 츠츠츠, 물수제비를 뜹니다. 순간 차안이 피안이고, 피안이 차안이 됩니다. 저승에서도 누군가 엿본다면 바로 이곳이 저승처럼 보이겠지요. 지리산 노고단을 올려다보며 막 날개를 펴려는데 산너머 누군가 날개를 접고 있습니다.
이원규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