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야놀자] 쪼개면 싸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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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요즘 유행하는 재테크 용어가 '통장 쪼개기'라고 합니다. 분산투자를 의미하는 쪼개기는 번거롭지만 수익을 높이고 위험을 줄이는 좋은 재테크 방법입니다. 이는 펀드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습니다. '펀드 쪼개기'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여러 스타일의 주식펀드에 나눠서 투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얘기하려는 것은 혼합형 펀드에 투자된 자금을 주식펀드와 채권펀드에 쪼개서 투자하자는 것입니다.

귀찮은 걸 싫어하는 '귀차니스트'를 위한 상품이 '혼합형'이라고 불리는 펀드들입니다. 혼합형은 주식펀드와 채권펀드에 따로따로 투자하지 않아도 한번에 주식과 채권에 분산투자를 해주는 편리한 상품이지요. 대신 간단한 만큼 투자 효율이 떨어진다는 게 단점입니다.

첫째, 혼합형 펀드의 채권 운용과 채권 펀드의 채권 운용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채권 펀드는 다른 운용사 펀드와 비교되기 때문에 펀드매니저가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이에 반해 혼합형은 주식 부문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채권 매니저 입장에서는 독립된 채권 펀드에 비해 소홀히 하기 쉽습니다.

둘째, 혼합형 펀드는 주가가 더 오를 것 같아도 주식을 팔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보유 주식 주가가 오르면 그냥 나둬도 일정 투자 한도를 넘어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땐 3개월 이내에 주식을 팔아 주식 비중을 한도 이내로 낮춰야 합니다. 주식을 판 후 주가가 더 오른다면 더 억울하겠지요. 그러나 주식형 펀드는 자산의 100%까지 주식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셋째, 주식과 채권 모두 운용능력이 우수한 운용사는 적습니다. 주식펀드와 채권펀드로 나눠 투자한다면 각각 운용 능력이 우수한 펀드에 투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넷째, 혼합형에 투자할 경우 더 높은 투자 비용을 지급해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주식혼합형의 평균 신탁보수율은 연 1.7% 수준이나 주식펀드와 채권펀드에 나눠 투자하면 평균 1.3%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찾아보면 혼합형 중에서도 싼 펀드를 발견할 수 있지만 주식펀드가 혼합형보다 몇 배나 많은 점을 고려한다면 나눠 투자하는 게 싸게 투자할 확률이 높아질 것입니다.

최상길 제로인 상무 www.funddoc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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