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반응(부동산 투기대책 점검: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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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자제의지”결의 정부방침에 「화답」/정책추진 과정에 부작용도 예상
10일 오후 10대그룹 오너들이 한자리에 모여 같은 사안을 놓고 같은 목소리를 내게된 것은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다.
그런만큼 이날의 결의문 발표는 재계에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10대그룹이 이 자리에서 매각대상부동산의 규모를 밝힘으로써 투기를 자제한다는 재계의 의지가 내외에 천명된 셈이다.
또한 노태우대통령이 지난 3월 5대그룹총수를 만나 재계의 자구노력을 촉구하고 7일 TV담화에서 국정운영방침을 새로 밝힌데 대해 재계가 「화답」을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정부는 이와함께 금융실명제유보 등의 과정에서 보여온 정경유착의 의혹을 씻어냄으로써 어느 때보다 정책의지를 과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정­재계의 골이 깊게 패어 향후 경제정책의 추진과정에서 적지않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사실 10대 그룹은 일부 부동산의 매각에는 동의하면서도 오너들이 직접 결의문 발표에 나오는 문제에 대해서는 극력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각 그룹에 강도높은 고위층의 의지를 전달,오너들의 참석을 요청했으며 이에 따라 최종현 선경그룹회장이 7일,이건희 삼성회장이 9일 오후 급거 귀국했다.
매각대상 부동산선정작업도 진통이 적지 않았다.
각 그룹은 매각범위를 가능한한 축소하려는 입장이었던 반면 청와대측에서는 「국민이 납득할 수준」을 요구,발표직전까지 정부와 재계사이에 밀고당기는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초 청와대에서는 9일 오후 3시를 마감시간으로 잡고 각 그룹에 매각대상 부동산의 통보를 요청했으나 10대 그룹중 대우ㆍ한진만이 마감시간을 지켰고,나머지 그룹들도 9일 오후 늦게까지는 다들 처분목록을 작성해 제출했다.
이 때문에 발표당일인 10일까지 선정범위를 놓고 진통을 겪었으며 이날 오전 11시 10대그룹회장의 사전모임에서야 최종 확정됐다는 후문이다.
이번에 10대그룹 오너들이 「자율결의」를 하게 된데는 적지않은 무리가 있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민자당출범이후 재계가 사회변화에 느슨하게 대처해 「5ㆍ10사건」을 자초했다는 재계의 반성론도 있다.
금융실명제 유보,종합토지세율 인하,노사분규에 대한 공권력 투입,환율의 안정운용 등 정부가 재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한편 경제팀까지 교체했는데도 불구하고 재계가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는데 인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심지어 전경련내에서도 일찌감치 기업인들이 자구노력을 선언하자는 얘기가 나왔으나 회장단에서 이를 묵살하는등 올들어서의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했고 결국 이같은 낙관이 혁명적 상황에서나 가능한 「힘의 논리」를 불러온 것이다. 더구나 그러한 힘의 논리가 사회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데 이번 사태의 특징이 있다.
어쨌든간에 10대그룹 오너들의 결의를 계기로 정­관­재계의 골을 씻어내고 침체된 한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각 경제주체의 자세를 추스르는 일이 중요할 것같다.<길진현기자>­끝­PN J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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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 A11
BL 313
TI 북한철근 첫수입/홍콩통해 천9백61t
TX 【인천】 최근 국내건축경기활황으로 철근ㆍ시멘트등 건축자재가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인산항에 북한산 철근이 첫 수입됐고 중국산 시멘트를 실은 선박이 잇따라 입항하고 있다.
10일 인천세관과 인천해운항만청에 따르면 수입상인 대중사(서울)가 수입하는 중국산 시멘트 4천5백t을 실은 파나마선적 오리엔틀 제이드호(7천5백12t)가 8일 오후 인천항 제1부두에 입항했다.
이 시멘트는 40㎏ 부대당 1천9백원으로 총1억8천여만원 상당.
이에 앞서 동국제강 그룹사인 세진상사가 홍콩 무역회사인 코월드사의 중개로 국내 최초로 북한산 철근 1천9백61t을 수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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