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등 '공청단' 출신이 주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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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990년대 중국 정계를 주름잡았던 상하이방(上海幇)이 천량위(陳良宇) 상하이 당서기의 전격 해임으로 몰락하면서 차세대 정치 지도자 그룹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중국 공산당이 양성해 각 성.시(市)에서 활동 중인 당서기들이 후진타오(胡錦濤) 세대를 이을 후계 그룹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출신이 주류를 이룬다는 점이다. 나이는 40대 후반부터 50대 중반. 칭화(淸華)대 공학부 출신의 현 지도부에 비해 이들은 베이징(北京)대나 푸단(復旦)대 등 출신 대학이 다양하다. 아울러 전공 분야도 법률 또는 경제 등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다.

◆ 젊은 실력자들=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현 랴오닝(遼寧)성 당서기 리커창(李克强.51)이다. 1982년 베이징대 법학과를 졸업한 직후 공청단 중앙본부에서 첫발을 내디뎠고 줄곧 승승장구해 공청단 제1서기까지 지냈다. 베이징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아 정치.경제 분야의 경험과 이론을 모두 축적한 셈. 허난(河南)성장, 당서기를 역임한 뒤 현재 랴오닝성 당서기직을 맡고 있다. 이르면 내년에 열릴 공산당 17기 전국대표자대회(17大)에서 정치국원, 더 나아가 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럴 경우 92년 최연소 정치국 상무위원이 됐던 후진타오처럼 차세대 최고 지도자 코스를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상하이시 부시장을 지낸 부친(李幹城) 때문에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 또는 국가 지도자의 자녀들)'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있으나 역시 공청단에서 닦은 실력과 정치적인 이력으로 선두에 나서 있는 인물은 장쑤(江蘇)성 당서기 리위안차오(李源潮.56). 푸단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리커창과 함께 베이징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밟은 뒤 다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노력파다. 공청단 중앙서기처 서기를 거친 뒤 공산당 중앙 선전실 부주임, 국무원 신문판공실 부주임 등 다양한 부문을 거쳤다.

◆ 떠오르는 사람들=보시라이(薄熙來.56) 상무부장은 늘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다롄(大連)시장과 랴오닝성장을 역임했고 능란한 화술과 유창한 영어가 장점이다. 부친이 생존하는 최고 원로 보이보(薄一波)여서 역시 태자당 출신으로 분류된다. 칭화대를 나와 국무원 부총리 비서에서 출발해 경제특구 샤먼(廈門) 부시장, 푸젠(福建)성장, 장쑤성 당서기를 거쳐 저장성 당서기에 재임 중인 시진핑(習近平.53) 역시 태자당 출신이다. 하지만 그는 화려한 지방 실무 경험을 지니고 있어 역시 항상 선두 주자로 꼽힌다.

후진타오가 공청단 서기에 부임한 82년에 공청단 네이멍구자치구 부서기를 맡았던 류윈산(劉云山.59) 당 선전부장도 중앙위원, 정치국원, 서기처 서기 등으로 중용되고 있다.

여성으로는 공산당 통일전선부장을 맡아 홍콩 및 대만 문제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류옌둥(劉延東.61)의 정치국 진입이 유력하다. 후진타오와 공청단 중앙에서 함께 일했고 이어 후진타오를 이어 공청단 상무서기를 역임한 인연이 있다. 중국 건국 후 두 번째 여성 성장에 오른 쑹슈옌(宋秀岩.51) 칭하이(靑海)성장도 미래의 여성 지도자 감이다. 이 밖에 장바오순(張寶順.56) 산시(山西)성 당서기, 왕양(汪洋.51) 충칭(重慶)시 당서기, 자오러지(趙樂際.49) 칭하이성 당서기 등도 기대주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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