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원심분리기 20여 기 파키스탄 칸 박사가 제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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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사진) 박사가 핵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원심분리기 20여 기를 북한에 제공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25일 발간한 자서전 '사선(射線)에서(In The Line of Fire)'에서 "2003년 11월부터 칸 박사를 조사한 결과 그가 북한.이란.리비아 등과 핵기술.부품 등을 밀거래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1987년 이란과 처음 (핵)거래를 한 칸은 북한에 20여 개(nearly two dozen)의 P-1, P-2 원심분리기와 유량계(flow meter), 원심 분리기용 특수 기름 등을 제공했으며, 북한 기술자들을 대상으로 1급 비밀 시설인 원심분리기 공장을 견학시켜 주고 기술지도도 했다"고 말했다.

P-2는 P-1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다량의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는 고성능 원심분리기다. 무샤라프는 24일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선 "칸 박사가 원심분리기의 설계도와 18t가량의 원심분리기 부품, 그리고 다른 완제품 2000여 개를 북한.리비아.이란에 밀매했다"고 말했다.

무사랴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99년 초 북한 핵 전문가들이 미사일 기술자로 위장해 칸의 연구소에서 원심 분리기에 대한 비밀 브리핑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고 그에게 사실 여부를 물었으나 부인했다"며 "2003년 9월 유엔 정상회담장에서 만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권유로 조지 테닛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접촉한 뒤 칸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공개했다.

무사랴프 대통령은 "조사를 통해 수집된 증거를 칸에게 보여줬더니 자백하며 사면을 요청했다"며 "그래서 (2004년 초) TV를 통해 국민에게 공식 사과하게 한 뒤 그를 사면하고, 가택연금 조치를 취했다"고 회고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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