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수학] 여론조사 표본 오차 3%P 실제 지지율은 6% 달라질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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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대통령 재신임과 파병을 앞두고 시시각각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정치권의 이해득실 계산이 번뜩이고 있다.

예전엔 주먹구구식의 여론조사가 여론을 호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명한 사례가 1936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전 여론조사다.

전화와 자동차 소유자들로부터 표본을 추출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화당의 랜던 후보가 당시 대통령인 민주당의 루스벨트에게 압승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루스벨트가 재선됐다. 주로 부유층이 표본으로 추출됐기 때문에 전체 유권자가 골고루 대표되지 못한 탓이다.

92년 영국 총선도 여론조사 회사를 당황케했다. 투표 전의 여론 조사에서는 계속 노동당이 승리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결과는 보수당의 승리였다. 노동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진보적인 성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반면, 보수당 지지자들은 구태의연한 사람으로 비춰질까봐 의견을 나타내지 않거나 노동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거짓 답변을 했기 때문이다.

오래 전 중국에서 세금과 징병을 목적으로 인구 조사를 실시했고, 그 몇 년 후엔 기아 구제를 위해 인구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뒤에 조사한 인구수가 앞의 인구수의 몇 배에 달했다고 한다. 처음 조사에서는 세금과 징병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족수를 줄였고, 나중 조사에서는 여러 가지 혜택을 위해 가족수를 부풀렸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는 소수점 이하까지의 구체적인 지지율을 제시한다. 지지율이 27.3%이고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가 플러스 마이너스 3.1%포인트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수학적으론 무슨 뜻일까. 지지율 27.3%에 표본오차 3.1% 포인트는 지지율의 범위가 최소 24.2%(27.3-3.1)에서 최대 30.4%(27.3+3.1)사이 어디쯤이라는 얘기다.

또 신뢰수준이 95%란 말은 동일한 조사를 1백번 했다 치면 이중 95번의 지지율이 24.2~30.4% 안에 들게 된다는 의미다.

흔히 통계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열쇠'라고 한다. 제대로 된 열쇠를 갖기 위해서는 통계조사 결과를 대할 때 비판적인 안목과 경각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박경미 홍익대 교수 수학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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