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국극복 강도높은 의지 표명/노대통령 담화문발표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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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정 최고책임자의 노력모습 부각/국민신뢰 여부가 성패 판가름
정부가 노태우대통령의 4개국 순방계획을 전면 재조정한 데 이어 7일 강영훈총리가 발표키로 예정돼 있던 시국담화문을 노대통령이 직접 하기로 변경한 것은 난국극복을 위한 정부의 강도높은 의지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시국담화문의 격을 높인 배경에는 이번 기회에 기필코 헝클어진 나라분위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상황인식과 함께 대통령이 국정책임의 최고주체로서 직접 나섬으로써 민심수습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의 물가불안ㆍ주가폭락ㆍ부동산투기와 함께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는 노사분규와 무역수지 적자현상등 경제쪽에서 한꺼번에 켜진 적신호는 정부로 하여금 위기의식을 느끼고 노대통령으로 하여금 만사를 제쳐놓고 직접 나서게 하기에 충분했다.
노대통령은 현시국이 「총체적 난국」으로 규정되던 5월초 직접 현장점검에 나서는등 노력을 보이다가 청와대나 정부일각에서 지나친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불안심리만 조장한다고 보는 의견들이 나오고 대통령이 나서면 직접 화살을 받게 된다는 지적들에 따라 강영훈총리를 내세워 내각중심의 대처를 지시했었다.
그러나 이같은 안이한 자세는 현재의 위기에 대한 인식부족이라는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책임지지 않는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다시 해외순방 일정의 조정과 대통령의 담화문발표로 돌아선 것이다.
노대통령의 4개국 순방계획을 전면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정부로서는 장기적 안목에서의 국가이익과 순방계획 재조정에 따른 국가체면 손상등 여러 측면에서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미국방문의 경우 노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예정시기에 이뤄지는 미소 정상회담에 앞서 한반도문제에 대한 우리측 입장을 양국 정상에게 직ㆍ간접으로 전달함으로써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서 외교당국자들의 아쉬움이 컸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대통령이 국내문제 해결에 최우선을 뒀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사정이 급박할 뿐 아니라 이제는 노대통령이 직접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되는 입장에 놓여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대통령은 7일 담화문에서 시국에 대한 인식과 경제사정에 대한 설명,그리고 이에대한 처방들을 제시하고,특히 국민들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대통령이 내놓을 처방은 그동안 여러차례 경제부처와 민자당측이 검토했던 대로 부동산투기의 근절등 경제난국 해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이를 추진해 나가기 위해 공무원들에 대한 엄중한 책임부여등이 골자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경제종합대책도 곧 뒤따르게 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는 노대통령의 이같은 직접적인 호소가 어느만큼 신뢰를 받을 수 있느냐의 여부다. 시국담화문의 발표주체를 놓고 오락가락하던 정부나 청와대의 발상이 시국에 대한 안이한 판단이나 구태의연한 권위주의에서 비롯됐다면 대통령의 처방에 대한 회의가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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