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관대한 유럽 굴욕의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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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8m짜리 퍼트 '오케이'에 213야드짜리 '오케이 홀인원'까지?

유럽과 미국의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미국이 망신에 망신을 거듭했다.

25일 오전(한국시간) 아일랜드 더블린 인근 K클럽에서 끝난 라이더컵에서 유럽은 18.5-9.5로 미국을 눌러 3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9점 차는 역대 최다 점수 차 타이기록이었으나 사실은 10점 차 신기록을 세울 수도 있었다.

마지막 날 싱글 매치플레이 여섯 번째 선수였던 폴 맥긴리(아일랜드)는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핀에 붙여 버디 컨시드를 받았다. 17번 홀까지 무승부였고 미국의 J J 헨리는 8m짜리 버디 퍼트를 남겨둔 상황. 성공하면 무승부고, 실패하면 맥긴리의 1홀 차 승리였다. 그때 돌연 맥긴리가 헨리에게 컨시드를 줬다. 무승부를 만들어준 것이다. 유럽의 승리가 확정된 상황에서 나온 '승자의 여유'였지만 미국팀 입장에서는 '치욕의 컨시드'였다.

유럽의 관대한 컨시드 중에는 213야드짜리 티샷도 있었다. 전날 포섬(four somes) 경기에서 데이비드 하웰과 한 조가 된 폴 케이시(이상 영국)는 파3인 14번 홀에서 홀인원을 했다. 13번 홀까지 5홀 차로 앞선 케이시 조는 이 홀인원으로 경기를 끝내는 상황이 됐다. 그러자 느닷없이 미국팀의 티샷에 '오케이'를 줬다. 그래서 미국은 티샷도 하지 않고 이 홀에서 홀인원을 한 것으로 기록됐다. 4홀을 남기고 6홀을 이긴 것(6&4)이지만 '봐줘서' 5홀 차 승리(5&4)가 된 것이다. 세계랭킹 1위(타이거 우즈), 2위(짐 퓨릭), 3위(필 미켈슨)가 모두 출전한 미국. 결과는 대망신이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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