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소곤소곤연예가] 요리가 취미인 신동엽 임신한 아내 위해 실력 발휘 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예전 어르신들은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왜 큰일나는 줄 아셨을까? 심지어 부엌 문지방이라도 살짝 넘을라치면 쩌렁쩌렁 불호령에 끌끌 혀차기는 기본, 곧이어 '○○ 떨어진다'는 공갈협박 3종 세트가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하얀 와이셔츠 소매 살짝 걷어붙이고, 커다란 앞치마를 두른 용기 있는 남자들 을 보면 괜히 멋있어 보이기까지 한다.

연예가에도 앞치마가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남자들이 있다. 그 앞줄에 있는 사람이 '요리'가 취미라고 당당히 말하는 최고MC 신동엽. 그의 필살 메뉴는 바로….

"김치찌개와 된장찌개죠. 평범한 듯, 쉬운 듯 보이지만 그래서 더 맛을 내기 어려워요. 무엇보다 육수가 가장 관건이죠. 저는 남해 청정해역의 전통적인 죽방에서 어획한 멸치로 우려내 깊은맛을 냅니다."

기름기 많은 고기나 참치, 햄 대신 은빛이 반짝반짝 살아있고 어른 손가락 만한 길이에 살이 통통히 오른 죽방멸치를 푸욱 끓여낸 뒤 이 국물에 잘 익는 김치를 송송 썰어 넣어야 김치찌개 본연의 맛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다고.

"요리는 순발력과 지구력이 모두 필요한 일이죠. 찌개가 맛있게 보글보글 끓으면 얼른 한 술 떠먹고 싶은 유혹을 꾹꾹 참고 그때부터 비로소 맛을 내기 위한 인내가 필요합니다. 중불에 한 30분 정도 뭉근히 익혀주면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밥도둑, 술도둑 신동엽표 김치찌개가 완성됩니다."

이 정도면 프로주부 9단의 솜씨. 도대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경지가 아닐 텐데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쁜 그가 '요리의 달인'이 된 시작은 언제였을까?

"그러고 보니까 정말 오래됐네요. 어머니께서 오랫동안 편찮으셔서 어릴 적부터 밥은 직접 차려먹어야 했죠. 결국 간암으로 1995년에 돌아가셨는데 그때 집에서 독립하고 혼자 모든 걸 해결하면서 본격적으로 요리에 취미를 붙였죠."

3년 후, 그도 건강을 위해 미국에서 약 6개월간 휴식의 시간을 가지게 됐었다. 그때 여행가방에 무겁게 넣어간 것은 바로 몇 권의 요리책.

"그전까지는 요리랄 것도 없이 생존형 메뉴가 전부였는데, 그시절 본격적으로 여러 가지 음식에 도전해 봤죠. 덕분에 갈비탕은 이제 제일 쉬운 요리예요."

내년 4월에 아빠가 되는 신동엽. 임신한 아내를 위해 무언가 그만의 특별하고 근사한 요리를 해줄 것만 같지 않은가.

"아내가 다행히 입덧을 하지 않아 음식을 까다롭게 가리지는 않아요. 뻑적지근한 진수성찬 한번 차려주고 생색내는 것보다 끼니 꼭꼭 챙겨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함께 집에 있을 땐 거의 제가 밥상을 차려주죠."

교과서로 읽은 김소운의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처럼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라 해도 달고 맛있는 최고의 요리비법은 바로 '사랑'인가보다.

이현주 방송작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