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불씨 대화로 끄자/강진권 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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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대중공업 파업사태는 공권력투입이라는 극약처방으로 일단 큰 불은 껐다고 하겠다. 그러나 화재현장에서 진화작업을 하는 소방관들은 겉으로 드러난 큰 불길 못지않게 남아있는 불씨에서 또 다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제2의 화재에 더욱 신경을 쓴다.
이번 현중사태의 공권력진압에서도 이 논리는 적용되는 것 같다.
함께 모여있던 2만여 근로자들은 막강한 공권력에 밀려 흩어졌지만 이것은 불이 꺼졌다기 보다는 많은 불씨들을 사방으로 흩어놓은 결과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대표적인 예가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계열사와 각지역노련의 잇단 동조파업과 시위가 그것이며 84m높이의 선박건조용 대형 골리앗 크레인에서 6일째 극한투쟁을 벌이고 있는 1백20여명의 현중근로자들도 예외일 수 없다.
그중에서도 골리앗 크레인 농성근로자들에게 특히 관심이 가는 것은 이들이 새로운 불을 댕길 지도 모를 큰 변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28일 새벽 경찰이 진입할 때 노조의 요구관철을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자처하며 이들은 이곳 고공의 최대안전거점을 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업지도부까지 동참하고 있는 이들의 처리여하에 따라 현중정상화는 물론 울산지역 현대그룹계열사들의 동조파업해결이 달라질 수 있다는데는 노사 모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태에 대한 발생배경과 해결방법엔 각자가 큰 시각차이를 보이고 있어 문제다.
불법이었기 때문에 법대로 했던만큼 먼저 크레인에서 내려와야 협상에 임하겠다는 회사측과 요구조건 선수락을 주장하는 노조원들.
이런 와중에서 정공ㆍ목재등이 3일 정상조업을 결의하고 나선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 하겠다.
결국 회사측과 노조측은 물론 경찰ㆍ주민 어느누구에게도 이익이 없는 이번의 현대중공업사태가 더이상의 희생없이 하루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회사측과 노조측은 한발짝씩 양보,진지한 대화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울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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