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특기교육 겹치기로 등 떠밀면 역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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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학교 정규교육만큼이나 일반화된 예·체능교육을 비롯한 특기교육은 누구에게나, 어떤 조건에서도 유익한 것인가.
교육전문가들의 의견은 한마디로 「그렇지 않다」 다.
『소질과 적성을 무시한 특기교육의 강요는 체질에 맞지 않는 보약을 억지로 먹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게 그 이유다.
그렇다면 어린이들의 특기교육은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알아본다.
◇실태=특기과목 중 비교적 흔한 것은 피아노 미술 무용 수영 태권도 서예 속셈 웅변 영어 등. 어느 정도 생활여유가 있는 가정이라면 이들 과목 중 대개 1∼2개, 많을 경우 5∼6개까지 골라 사설학원에 보내거나 개인·그룹지도를 시키고 있는 실정.
국민학교 5학년과 2학년 두 딸을 두고있는 주부 장혜신씨 (35·서울개포동 우성아파트) 는 『큰딸에겐 피아노·서예·수영을, 작은 딸에겐 피아노· 서예· 수영· 미술·글짓기를 가르치고 있다』며『큰딸을 국민학교 3학년때까지 아무 것도 가르치지 않았더니 학교수업시간에 기가 죽어지내며 방과후에는 같이 놀 동무가 없어 괴로워하더라』 고 어쩔 수 없는 사정임을 강조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외동딸을 두고 있는 심선규씨(34·회사원) 는 『어느 정도 분별력이 갖춰지지 전까지는 마음껏 놀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었으나 아내가 -우리애만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라며 조르는 바람에 결국 피아노와 미술학원에 보내게 됐다』며 그러나 『현재의 특기교육열기가 너무 과열된 것 같다』 고 말했다.
이처럼 유행병처럼 번진 특기교육 붐에 편승, 각종 사설교육기관도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서울 시내에만 음악학원 1천3백82곳, 미술학원 1천2백12곳, 속셈학원 2천8백31곳, 서예학원 1백50곳 등이 성업 중.
◇득과 실=어릴 때의 특기교육은 제대로 하면 많은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잘못하면 오히려 안하는 것보다 못하다고 교육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서울시교위 초등교육과 유병후장학사는 『어린이가 원치 않는데도 강제로 시키거나 감당하기 힘들만큼 무리하게 시키게되면 오히려 어린이를 영원히 원하는 방향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역효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유장학사는 『특히 이것저것 여려가지를 동시에 시키는 것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나쁠 뿐만 아니라 어느 것 한가지도 진짜 제 맛을 보지 못한 채 모두를 다 아는 것처럼 겉멋이 들어 학습태도만 나빠지게 된다』 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독립문국교 호중직 교감은 『일부 특기학원에서는 전반적인 기초· 소양교육보다 효과가 금방 나타나는 기교교육에 치중, 부모들에게 자신의 자녀가 천재성을 지닌 것으로 착각케 만드는 수가 있다』 며 사설학원의 상업성 교육에 대한 경계심을 장조하고 있다.
◇주의할 점=자녀들에게 특기교육을 시키는 부모들은 「자신이 해보지 못한, 그래서 무척 하고 싶었던 동경 분야를 자식들에게 시킴으로써 성취감을 맛보려하는 보상심리나 남들은 다하는데…」 하는 경쟁심리, 「적어도 우리 애는…」 하는 허영심에서 벗어나 자녀의 입장에서 검토하고 판단해야 한다.
이화여대 김재은교수 (교육심리학) 는 이와 관련, ▲대뜸 학원이나 개인교수를 찾아 나서기 전에 음악회·전람회 등에 함께 다니며 자녀의 적성·취미 등을 충분히 탐색하고▲좋은 교사를 골라 꾸준히 교육받게 하며▲교습소에 보내는 것만으로 다 끝났다고 생각지 말고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있는지,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등을 관심있게 보살펴줄 것 등을 당부했다.
김교수는 이와 함께 『자녀들에게 스스로 활용할 수 있는 「빈 시간의 여유」를 주는 것도 중요한 교육임을 알아야 한다』 고 조언하고 있다.

<김간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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