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의견 교육적 가정 분위기가 더 중요|조석희(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연구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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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우리 학부모들은 늘 시간에 쫓기며 바쁘게 살고 있다.
그들은 또 자녀들에게도 바쁘게 살기를 재촉한다.
어린이들에게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뛰어다니게 하고 『일찍부터 많이 배워서 일찌감치 성공의 길에 접어들어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리게 한다.
어린이들은 따라서 자신의 포부나 개성과는 상관없이 부모들의 결정에 따라 여러 종류의 학원을 전전해야 하고 집에서는 학습지를 구독하기도 한다.
더구나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 흔히 실패한 것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어린이들이 어려서부터 그들의 지적발달을 촉진시킬 수 있고, 또 촉진시켜야 좋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강한 의지도, 자율성도 요구하지 않는 최근의 조기영재교육은 어린이의 성공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 이 같은 교육은 오히려 일반적으로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삶을 체질화시킬 우려가 많다.
극단적인 경우 자신의 삶의 주체성을 확인하지 못해 장차 각종 비행이나 자살까지 저지르게 되는 결과를 불려올 수도 있다.
참된 교육은 생활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기본개념이나 기능의 습득만이 참된 교육의 전부일 수는 없다.
자율성, 장한 의지, 개방성, 호기심 등의 계발이 더욱 중시되는 경우에만 참된 교육이 가능하다.
싹이 트기를 기다리며 물을 주다가 싹이 빨리 트지 않는다고 물주기를 포기하거나 물을 정도이상으로 많이 주어 썩게 해서는 안되는 이치와 같다.
마찬가지로 자녀가 잘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교육적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때로는 참고 기다릴줄 아는 지혜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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