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타민] "18년간 탈영 … 남은 건 후회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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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병(脫營兵)을 아시죠. 이런저런 이유로 군부대를 뛰쳐나와 복귀하지 않은 병사를 말합니다. 대부분은 수개월 안에 잡히거나 자수를 하죠. 하지만 탈영병 이경환(39)씨는 무려 18년 동안이나 도피생활을 했습니다. 이씨는 1988년 7월 여자친구 문제로 복무 중이던 경기도 의정부 제2군수지원사령부 예하 급양부대를 탈영했죠.

하지만 탈영의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서울 시흥동에 부모님과 형제들이 살고 있었으나 검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생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도망자이다 보니 가명을 사용하고 신분을 위장해 가내수공업 공장 등을 전전하며 숨어지내야 했죠. 결혼은 엄두도 못 내고요.

그런던 중 이씨는 다니던 핸드백 공장 사장의 권유로 7월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단에 자수했습니다. 탈영 당시 상병이었던 이씨는 나머지 군 복무를 마치기 위해 8월 11일 원래 소속 부대로 복귀했습니다.

부대 측은 이런 이씨를 배려했습니다. 보직과 임무를 주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도피생활로 겪은 고통 등을 고려해 '현역 복무 부적합' 판정을 상급 부대에 건의했습니다. 건의가 받아들여져 이씨는 8일 전역했습니다. 이씨는 자신의 뼈아픈 경험을 곧 발간될 부대 소식지에 남겼습니다. "지금 군생활을 이겨내지 못하면 여러분은 작은 시련에도 주저앉아버리는 뿌리 없는 나무가 될 것입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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