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미 의류시장 숨은 강자 한세실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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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류 시장의 숨은 강자가 있다. 국내에서도 이름이 낯선 한세실업(www.hansae.com)은 미국 사람 3명중 1명이 입는 옷을 만든다. 정작 국내에는 한 벌도 내놓지 않는다. 국내에서 생산한 옷 모두를 내로라하는 미국 업체에 OEM(주문자상표부착)으로 수출한다. 어떤 옷은 나이키로, 어떤 옷은 리미티드의 상표가 붙여 팔린다. 지난해 미국에 9100만장의 옷을 수출했고(지난해 말 미국 인구가 2억8000만명으로 3분의 1이 이 회사 옷을 입는 셈) 올 미국에서의 판매량은 1억3000만장에 이를 전망이다.

의류 OEM 수출은 한물간 비즈니스처럼 보이지만 한세실업의 기세는 여전하다. 디자인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이 회사 김동녕 회장(사진)의 판단이다. 한세실업의 디자인 능력은 바이어들이 알아준다. 바이어가 갖다주는 디자인과 샘플을 보고 봉제만 하는 중국이나 동남아업체와는 차원이 다르다. 한세실업은 바이어가 대강의 스타일과 원단 등을 지정해 주면 독자적으로 디자인을 해 샘플을 만든다. 때로는 먼저 디자인 컨셉트을 잡고 샘플을 제작해 바이어에게 제안 한다. 한세실업은 최근 3~4년간 디자이너를 대폭 늘렸다. 5년 전만해도 두 명이었는데 지금은 25명이다. 이 중 20명이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현지 의류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디자인의 힘이 한세실업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면 원가경쟁력과 납기준수는 지금의 한세실업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단 한차례도 납기를 어긴 적이 없다.또 88년부터 해외에 생산기지를 둬 원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87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6.29선언 이후 국내 인건비가 크게 올라가자 국내 생산을 포기했다. 해외 공장도 지역별로 특화했다. 손재주가 좋은 인력을 많이 보유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공장은 바이어의 요구 조건이 까다로운 리미티드.나이키.갭.아메리칸이글 등의 의류를 만든다.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일정량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중남미의 공장은 대형 마트나 백화점의 OEM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해외 공장을 경영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김 회장은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해 현지경영의 어려움을 극복했다. 김 회장은 "우선 대우를 잘해줘야한다. 그 다음은 스킨십이다. 나는 현지인력의 경.조사에 가면서 얼굴을 익힌다.1년에 한 공장을 24차례 방문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4년간 의류 OEM 수출에만 매진했던 한세실업은 2003년 온라인서점 YES24를 인수했다. 향후 온라인 유통쪽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려는 포석이다. 10월 말에는 온라인 의류쇼핑몰도 연다. 2008년 이후에는 국내 패션 브랜드를 인수해 국내 시장에도 뛰어들 작정이다. 김 회장은 "우선 수출물량에 주력하겠지만 차츰 의류와 유통관련 사업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글=이석호 이코노미스트 기자, 사진=김현동 기자

◆ 이 기사의 상세한 내용은 중앙일보 자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추석합본호(9월 25일 발행)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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