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2김 위상타협… 내분 수습/민자 지도체제 합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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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당무집행」 집단지도체제 가미/대표위원 권한 일단 줄어든셈
한때 심각한 내분까지 몰고왔던 민자당지도체제문제는 26일의 청와대 4자회담이 총재 단일지도체제로 합의함으로써 일단 형식면에서는 마무리되게 됐다.
지난 17일 청와대회담이 격한 언쟁속에 시각차를 노출했던 데 비해 이날 회담은 큰 논란없이 통합 당시의 합의를 재확인하는 선에서 쉽게 매듭지었다.
이렇게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는 최근의 물가ㆍ전ㆍ월세ㆍ부동산ㆍ노사분규 등 심각한 경제위기를 방치한 채 집안싸움만 벌이는 민자당의 무위에 대한 여론의 압력이 은연중 작용했다.
이날 최고위원들은 지도체제를 「총재제」로 못박음으로써 단일성 지도체제임을 분명히 했다. 즉 총재가 당을 대표하고,최고위원과 「협의」하여 당무를 통할하게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당권이 총재에게 귀속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최고위원은 합의제로 운영토록 해 「당무집행」은 집단지도체제의 성격을 갖도록 운영면에서만 집단성을 가미했다. 당권을 쥐고 있는 대통령이 당무집행을 최고위원에게 위임하는 형식이다.
논란이 일던 대표최고위원의 권한은 최고위원과 「합의」하여 당무를 총괄토록 분명히 제한했으며 그 위상은 최고위원을 「대표」하는 것으로만 했다. 이는 당직자회의ㆍ당무회의 등을 의장자격으로 주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정도다.
다만 과거 총재가 임명하던 최고위원을 전당대회에서 선출토록 해 정통성과 힘을 주도록 한 점이 다를 뿐이다.
김영삼최고위원이 맡을 대표최고위원의 권한을 확대하기 위해 대표위원의 전당대회선출,인사ㆍ공천권 등을 주장한 민주계는 거의 얻은 바가 없게 됐다.
그러나 민주계측은 형식상으로는 소득이 없으나 김영삼최고위원이 내막적으로 뭔가 보장받은 게 있지 않겠느냐는 암시를 하려고 애쓰고 있다. 즉 인사권과 공천권에서는 총재로부터 상당한 재량권을 받아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민주계의 낙관적 해석에 지나지 않은 듯하다.
오히려 민주계의 초안은 『총재는 대표최고위원과 협의하여 당무를 통할한다』고 하여 「총재­대표최고위원의 협의」를 강조하게 했으나 협의과정에서 「총재­최고위원의 협의」로 조정,총재는 다른 최고위원들과도 협의토록 함으로써 대표최고위원의 권한은 축소되는 결과가 됐다.
또 민주계가 요구한 대표위원의 전당대회선출이나 추대에 대해서도 민정ㆍ공화계는 「총재지명」을 고수할 작정이다.
민정ㆍ공화계는 민주계가 완강할 경우 「최고위원간의 호선」정도로는 양보할 수 있다는 생각이어서 전당대회에서 김영삼최고위원의 위상을 높여보려는 민주계의 의도에 동조해 줄 의향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삼최고위원이 『만족한다』고 말한 것은 발표문이외에 모종의 약속을 받았거나 아니면 일단 단합된 모습을 보임으로써 내분을 종식시키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즉 민주계에서 흘러나온 각서설의 진원과 관련,단합차원에서 불문에 부치기로 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각서설의 핵심인 차기 당권에 대한 재보장문제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고 민정계나 김종필최고위원은 대통령중심제 하에서 딴소리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김영삼최고위원으로서도 두차례의 파동 후 민정ㆍ공화계의원으로부터 심한 불신과 견제를 받는 입장이고 보면 일단 더 이상의 마찰은 자신의 입지를 축소할 것이라는 점에서 물러선 것 같다.
또 합의된 지도체제의 성격상 총재의 의중과 대표최고위원의 뜻이 충돌하지 않을 경우엔 대표최고위원이 사실상 당무를 장악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정선의 타협을 하는 것이 스스로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이번 청와대회담이나 사전 절충과정에서 두드러진 사실은 민정­공화계가 강하게 결속,민주계의 의도를 좌절시켰다는 점이다. 따라서 당의 운영과정에서 각 계파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인사권등 중요문제에 부닥치면 지도체제의 권한배분을 둘러싼 해석상의 차이들이 또 노출될 것이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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