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없어질 때까지 투쟁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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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2일 오후 6시(현지시간) 방콕 중심부 시암 파라곤은 500여 명의 학생으로 붐볐다. 쿠데타 반대 시위를 하기 위해 모인 대학생들이었다. 상당수는 오른팔에 검은 띠를 두르고 있었다. 이들은 현장의 기자들에게 "태국에서 쿠데타가 없어질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현장에서 태국 전국대학생연합 지도부 중 한 명인 누차시드(촬랄롱꼼 대학 공학과 3학년.사진)를 만났다.

-주위에 계엄군 경비가 삼엄한데 학생들이 어떻게 모였나.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시위시간 두 시간 전에 왔다. 계엄군이 검문해도 우리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선 이 정도는 감수한다."

-오늘 시위의 목적은 뭔가.

"쿠데타에 반대하기 위해서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쿠데타는 또 다른 쿠데타를 부를 뿐이다. 현 쿠데타 세력은 오늘 당장 정권을 민간인에게 넘겨주고 군으로 돌아가야 한다."

-쿠데타에 반대한다는 것은 친나왓 탁신 전 정권을 지지한다는 뜻인가.

"아니다. 탁신 정권에도 반대한다. 너무나 부패하고 오만한 정권이었다. 그러나 부패한 정권이라도 쿠데타라는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전복시켜서는 안 된다는 게 태국 대학생들의 생각이다. 앞으로 지속적인 반쿠데타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오늘 시위를 어떻게 할 것인가.

"군과 경찰이 가두시위를 하면 봉쇄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 따라서 이처럼 세계 언론을 만나 쿠데타의 부당성을 알리며 민주적인 방법으로 시위를 하고 있다."

-쿠데타군에 시민들이 장미를 선물하며 지지하고 있는데.

"지금 태국 국민들은 쿠데타의 비민주성과 폭력성보다는 탁신 정권에 대한 감정적 분노가 앞서 있다. 태국의 민주주의와 미래를 생각한다면 쿠데타군에 그런 반응을 보여서는 안 된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선 인터넷을 통해 모든 반쿠데타 세력을 모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쿠데타 자체를 사회이슈화할 생각이다. 다시는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는 문화운동을 벌일 생각이다."

방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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