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宋斗律씨 반성'에 매달릴 때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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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국적 사회학자 송두율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의 자세가 도무지 석연치 않다. 검찰이 宋씨에게 반성문을 좀 더 성의있게 써달라고 조르는 듯하게 비치기 때문이다. 수사 중반까지만 해도 법과 원칙에 따른 처리를 강조해왔던 검찰이 지난주 후반부터 왜 '반성타령'을 해야 하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우리는 검찰의 태도 변화 시점이 宋씨사건 처리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회연설에서 관용을 강조한 직후란 점에 주목한다. 대통령의 이 발언이 검찰 수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만의 하나 검찰 수사가 이에 영향을 받았다면 이는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盧대통령 발언 이후 검찰은 宋씨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받았다. 宋씨는 지난 15일 북한 노동당 탈당과 독일 국적 포기 의사를 천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균형감 있는 경계인으로 살기 위해' 노동당을 탈당키로 했다고 밝혀 전향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검찰은 선처하기에 충분치 못하다는 평가를 내렸고, 宋씨는 이틀 뒤 자신의 헌법 준수 의사가 남한 체제에 대한 선택이라는 내용의 글을 다시 제출했다. 그러자 검찰은 그가 노동당 후보위원이었음을 인정하면 선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宋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다. 야당에선 그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일뿐 아니라 간첩행위를 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이 宋씨에게 반성 수위를 정해놓고 이에 맞추도록 주문하고 있는 격이니 수사 중인 피의자와 거래를 하자는 것인가. 宋씨도 그렇다. 한국인으로 복귀하겠다면 구차한 말장난을 할 것이 아니라 진솔한 참회를 해야 한다. 그것이 지성인다운 자세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법과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 宋씨가 자신의 잘못을 진정 뉘우치고 우리 체제의 일원이 되겠다고 한다면 그때 가서 처리방침을 정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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