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경기 '벌써 겨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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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가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 소비자 심리지수는 거의 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현 경기 상황이 안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물론, 향후 6개월 내 경기와 취업 전망도 별반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갈수록 확산하는 양상이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소비자 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심리지수(CSI)는 전분기(101)보다 5포인트 떨어진 96을 기록했다. 2004년 4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에 가장 낮다.

현재의 경기 판단 CSI는 전분기보다 8포인트 하락한 60에 그쳤다. 이 역시 지난해 3분기(64) 이후 처음 70 밑으로 주저앉은 것이다.

경기 판단 CSI가 100 미만이면 6개월 전과 비교해 '경기가 더 나빠졌다'고 응답한 소비자가 '좋아졌다'는 응답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앞으로의 전망을 가리키는 경기 전망 CSI도 70으로 2분기보다 11포인트 미끄러졌다. 이것도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또 현재 생활형편 CSI는 3분기에 77로 전분기보다 5포인트, 생활형편 전망 CSI도 전분기의 91에서 84로 떨어졌다.

취업에 대한 기대감도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향후 6개월 내 취업기회 전망 CSI는 전분기(78)보다 9포인트 하락한 69에 그쳤다. 2004년 5분기(59) 이래 가장 낮은 것이다.

강병천 한은 통계조사팀 차장은 "상반기 민간 소비 증가율이 4% 중반을 기록하는 등 실제 소비는 그럭저럭 괜찮지만 양극화가 심화되고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생각보다 더 움츠러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우리와 비슷하게 경기가 내리막길에 접어든 미국의 경우 부동산 시장 위축 등 충격파가 만만치 않지만 소비자의 체감 경기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8월 미국 미시건대 소비자 신뢰지수(CSI)는 82로 전달(84.7)보다 소폭 떨어지는 데 그쳤다. 올해 전체로도 월별 CSI는 80 초.중반에서 움직이는 등 진폭이 그리 크지 않았다.

김범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소비자 심리지수는 말 그대로 소비자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경기판단인데 최근 국내 경기 둔화세가 생각보다 빠른 데다 예측성마저 떨어져 상대적으로 더 불안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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