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60%에 월 7만~10만원 준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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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읍시 신태인읍에 사는 오모(63)씨는 지난해 말 멀쩡한 보일러를 두고 나무로 불을 지피는 아궁이를 만들었다. 수입도 없고 국민연금에도 가입하지 않아 기름값은 고사하고 생계를 잇기조차 어려워서다.

같은 마을에 사는 이모(65)씨는 1990년대부터 국민연금에 가입해 지금은 매달 13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적은 돈이지만 전기료.전화료 등 최소한의 생활비를 댈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전체 노인의 60%에 7만~10만원의 기초노령연금을 주는 법안을 만들기로 했다. 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 7월부터 시행한다. 이 안이 시행되면 어떤 노인이 혜택을 받게 될까?

우선 신태인읍에 사는 오씨는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수입도 없고 국민연금도 못 받는데다 재산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금을 받는 이씨는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기초노령연금제의 도입 취지가 연금을 받지 못하는 '연금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되면 저소득층 노인이 받는 경로연금은 없어지게 된다. 대신 월 10만원의 기초노령연금을 받게 된다.

경로연금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월 4만5000~5만원, 차상위계층(1933년 이전 출생자)에게 3만~3만5000원이 지급되고 있다. 65세 이상 전체 노인의 14.2%가 경로연금을 받고 있다.

기초노령연금은 전체 노인의 60%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현재 경로연금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 외에 노인 인구의 45.8% 정도가 추가로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대상자를 고르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약간의 차이로 기초노령연금 대상에서 제외된 노인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또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들이 기초노령연금에서 제외되면 "국가 정책을 따른 사람들만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았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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