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정부 4강 외교 상당히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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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핵심적인 외교안보 자문가인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21일 "(한국 정부의) 4강 외교가 상당히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4강은 한반도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일본.중국.러시아를 지칭한다. 그는 세종연구소 주최로 열린 국가전략포럼의 '한국 외교의 당면 과제와 할 일'이란 주제의 기조연설에서 "국력도 어중간한데 외교도 못하면 나라의 명운이 어려워진다"고 경고했다. 문 교수는 현재 대통령자문 국방발전자문위원 겸 외교부 국제안보대사로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또 김희상 전 청와대 국방보좌관은 이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에 대해 "철없는 짓거리로 동맹을 잃을 수 있는 전략적 실수요, 민족적 재앙"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한나라당 초선의원 모임인 '무욕회' 간담회에 강사로 초빙돼 "미국 사람들은 '우리가 주권을 침략한 침략군이냐'며 불쾌해한다"고 했다. 김 전 보좌관은 예비역 육군 중장 출신으로 현 정부 첫 청와대 국방보좌관을 지냈다.

다음은 문 교수 발언의 요지.

◆ "국가 100년 대계에 악영향"="참여정부 들어 외교부가 가장 힘들었다. 국가 100년 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북핵 해결에 상당히 어려움 많다. 결국은 북한과 미국의 관계인데, 그 과정에서 한국은 배제된 상태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이 원하는 대로 다 해 줬다. 그럼에도 균열 비판 여론이 있는 것은 부시 대통령이 보는 북한과 노무현 대통령이 보는 북한의 인식 차이 때문이다. 일본이 미국에 기생해 보통국가화해서 군사력 3위 중국에 대항하려는 게 계속되면 우리가 어떻게 감당할지 문제다. 중국도 참 어렵다. 김정일이 방중해도 우리 외교채널이 그걸 중국으로부터 못 들었다고 하고, 중국 고위층에 대한 접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가 대중 외교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검토해 봐야 한다. 러시아도 실질적인 진전이 하나도 없다. (4강 외교가 심각한 것이) 탈냉전에 따른 구조적 문제인가, 외교적 역량이 부족한 것인가 고민했는데, 둘 다라고 보게 됐다."

다음은 김 전 보좌관의 주요 발언.

◆ "한.미 동맹 기축 흔드는 것"="전작권을 환수해서 얻을 실익이 없다. 한미연합사 해체로 이어져 한.미 군사동맹의 기축을 흔드는 것이다. 621조가 아닌 1621조를 써도 연합사 체제의 전쟁 억지력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북한 핵이라는 공통의 위협이 있었지만 우리가 무시하거나 거꾸로 가는 바람에 한.미 동맹이 삐걱하게 됐다. 햇볕정책을 지지하던 미국 관리들까지도 한국과 북한이 비슷해진다고 생각한다. 햇볕정책이 '선샤인 정책'이 아니라 김정일 위원장의 구두를 닦는 '슈(구두)샤인'정책이라고 비난한다. 북한이 핵을 어디다 쓰겠나. 오직 한국만이 공격대상이다. 햇볕정책 운운하면서 10여 년의 세월 북한 체제 유지를 도와준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해야 한다."

이철희.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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