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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내고장 (26)|강릉시|전통문화에 첨단산업 접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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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문향의 전통에 관광·첨단산업을 접목시켜 쾌적한 해변도시로 가꾸자』-.
영동의 중심지 강릉을 국제수준의 관광도시 건설과 함께 동해안시대를 선도할 배후거점도시로 만들기위해 16만시민이 발벗고 나섰다.
관동팔경 경포대와 쪽빛 바다, 기암괴석의 태백산맥이 한데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경관에 조선 유학의 거봉 이율곡·신사임당과 금오신화의 김시습, 홍길동전의 허균등 수많은 인물을 배출한 문향의 전통을 접목시켜 고전과 초현대가 공존하는 도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그중에도 두드러진 활동을 펴고있는 사람들이 관노가면극 보존회.
양반과 상민간의 사랑놀이를 풍자한 무언극인 관노가면극은 예부터 단오때 관노들에 의해 연희된 전통 향토민속놀이로 한일합방후 일제의 문화말살정책에 따라 폐지됐다가 67년에 재현, 강릉단오제의 제례의식및 굿과 함께 중요무형문화재 13포로 지정됐다.
강릉여고와 관동대의 관노가면극 회원들이 그동안 명맥을 유지해오다 84년3월 문화원 주도로 권령하씨(72)등 유천동 주민 30명이 보존회를 구성,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향토민속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농민들이 대부분인 회원들은 매월5일 마을빈터를 이용, 자체연수회를 갖고 연2회 문화원 주관의 특별연수회를 통해 기량을 닦고있다.
회원들은 그동안 강원도민속경연대회와 서울 석촌호의 마당놀이, 용인민속촌 초청공연등에 출연, 향토민속 보급에도 앞장서고 있다.
특히 회원들은 문화원으로부터 연수비용으로 지원받는 연간 1백만원 가량의 예산을 최대한 아끼고 초청공연 사례금과 회원들이 각자 월 1천원씩의 회비를 모아 저축, 현재 4백여만원의 자체기금까지 조성했다.
이 보존회의 대표로 평생을 농악에 매달려온 권씨는 『선조의 숨결이 배어있는 향토민속을 전승하는데 한없는 보람을 느낀다』며 『회원모두가 대물림해 가면극보존회를 후세에 길이 지속케할 각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 문화원이 문화재관리국에 신청한 권씨의 인간문화재 지정이 아직까지 승인되지 않아 후계자양성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강릉농악보존회(회장 김진백)도 향토민속전승에 애쓰는곳. 3백20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농악보존회는 76년이후 전회원들이 강릉농악 육성에 온갖 정성을 쏟아 82년 중요무형문학재 11호로 지정됐다.
농악대의 상쇠인 박기하씨(70)는 52년간 강릉농악을 지켜오며 아들 6형제와 손자4명에게 농악을 전수, 강릉농악대원 45명중 한집안에서 11명이 대원이 된 이색 농악가족.
특히 농악보존회 구성의 산파역을 담당했던 정문교씨(47·오죽헌관리소장)는 진또배기·학산농요등 민속발굴과 함께 율곡문고 발간및 보급, 율곡사상연구소개설과 세미나개최등 문향의 맥을 잇는데 앞장서고있다.
이에못지 않게 문화원도 단오제와 율곡제등 향토제전 행사주관과 함께 임영향토학교를 운영, 주부들의 부덕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85년에 개강, 올해로 6기생을 지도하고 있는 임영향토학교는 매년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간 매주 수요일에 2시간씩 총1백시간에 걸쳐 1백명 안팎의 주부들에게 예절등 부덕교육과 향토사·예능지도를 하고있다.
지금까지의 전체 수료생 2백90명중 1백60명이 임영 문화재보호회(회장 최정자)를 조직, 지역에 산재한 향토문화재 주변의 청소등 정화작업과 함께 관광지도에 나서고 있다.
강석환문화원장은 『부덕을 닦으려는 주부들의 수강신청이 쇄도, 내년부터는 수강인원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며 『앞으로 문화재보호운동에 참여하는 회원이 1천명만 넘어서면 향토문화재의 보호관리엔 전혀 문제가 없게된다』고 낙관했다.
이같은 향토문화의식 고조에 못지않게 문예활동도 활성화, 예총강릉지부(지부장 최돈택) 산하 9개협회의 창작발표활동도 부썩 활발해졌다.
전통문화 보급에 못지않게 문학활동도 활발히 전개되고있다. 해안문학회는 강릉의 원로시인 정순응씨를 비롯, 구영주·조영수·김원기·곽영기 이구재등 시인과 김정개(희곡) 박호영 (평론)등이 왕성한 창작활동을 펴고있고 관동문학회엔 조선왕조 5백년의 작가로 유명한 극작가 신봉승씨도 참여, 고향후진지도에 주력하고 있다.
강릉시는 이같은 문예활동을 더욱 육성하기 위해 교동 종합운동장옆 부지에 연건평 2천7백평 규모의 예술관과 체육관을 곁들인 종합문예회관(지하1층 지상3층) 건립공사를 올들어 착공했고 오죽헌인근에 5백평규모의 향토사료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총사업비 50억7천9백만원이 투입될 종합문예회관이 내년에 완공되면 향토민속놀이와 각종 문예활동 기능을 흡수, 전통문화보존 활동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이같은 전통문학 활동을 중심한 정신적 변화와 함께 개발사업을 위주로한 지역발전을 추구하려는 각급단체들과 주민들의 노력도 강릉발전의 기름진 밑거름이 되고있다.
강릉상공회의소는 정부가 오는 96년까지 광주·전주·대구·부산·강릉등 5개지역에 첨단과학산업연구단지를 조성, 테크너벨트화 하는 계획을 구체화시키자 강릉에도 기술인력양성을 위해 과학고등학교설립을 문교부·과기처등 관계부처에서 강력히 건의하고 나섰다.
또 관광레저붐에 편승, 현재 16만인구중 1차산업 14.6%, 2차산업 9.1%에 비해 관광서비스업등 3차산업 인구율이 72.6%에 편중돼있는 산업불균형을 해소키 위해 서울등지의 향토출신기업체와의 간담회및 설명회를 통한 제조업체 유치운동과 함께 유명무실한 강릉공단의 확장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김명내상공회의소회장은 『관광시즌에 따라 경기기복이 심한 3차산업에 너무 치중돼 강릉경제가 절름발이 형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관광자원에 영향이 미치지않는 무공해제조업유치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릉번영회(회장 전석두)도 최근에 지역최대현안인 영동고속도로 4차선화, 강릉∼속초간 7번국도 4차선화 조기실현, 동서고속전철 조기건설등을 정부에 건의, 지금까지 개발소외에 대한 정책지원차원의 제몫찾기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번영회는 또 얼찾기 운동의 일환을 지난해 11월에 「새로움을 아는 시민」「서로 칭찬하는 시민」「참여봉사하는 시민」이란 내용의 강릉시민의 정신삼강을 제정, 앞으로 이 내용을 담은 스티커와 인쇄물을 만들어 배포하고 『강릉시민의 노래』도 카셋으로 제작, 배부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JC·로터리·라이온스클럽등 각종 사회단체들도 장학회운영등 지역관련봉사활동이 눈에띄게 늘고있다. <다음은 천안시>
글 권혁용기자
사진 장충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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