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무덤」원혼 고국에 돌아온다|23일 부산동명불원에 안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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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4백년동안 일본 교토에 버려졌던 우리 선조 12만6천여 원혼의 귀 무덤(이총)이 23일 고국으로 돌아온다.
이 이 총은 임진왜란(1592∼1598년)당시 왜군의 야만적 전리품으로 왜군이 우리 선조의 귀·코를 잘라 가 생긴 것이다.
박삼중 스님(이총 영가환국위령대제봉행위원회 위원장)은 6년 전 이 무덤을 확인하고 그동안 환국을 추진해 왔다.
이총 원혼들은 부산 동명불원에 안치된다.
이번 이총 원혼의 환국 행사에는 일본측이 역사적 잘못을 뉘우친다는 뜻에서 왕족과 신사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참회의 뜻을 보이고 있다.
귀 무덤 원혼들은 오는19일 일본으로 떠나는 5백여 명의 불교신자와 일본인 등 1천여 명이 이총 영혼 환국 한-일 합동위령제를 올린 후 혼백 함에 실려 귀국하게 된다. 일본측이 봉송을, 한국 측이 봉환을 맡아 부산으로 옮겨지는데 일본의 신목 스님이 기증한 홍송으로 조각한 적 마에 영령을 싣고 온다.
일본측은 전국 8만 신사에서 돈을 내 위령탑을 세울 기금을 전하기로 했다. 또 이방자 여사의 친동생이며 일왕의 5촌 당숙인 이본덕산씨가 봉송위령제의 명예회장을 맡아 뉘우침을 표현한다.
봉환 위령제 때는 범패와 스님합창단의 조가 등 행사가 계획되어 있다.
원혼이 부산에 도착하면 삼천불 지장보살과 함께 모셔져 길이길이 영혼들을 위안하고 원한으로부터 해탈하게 하여 극락정토에 왕생하도록 한다.
이총 영가환국위령제봉행에는 전 조계종종정 이아 옹 큰스님이 명예대회장이 되고 이병호 변호사(아시아-태평양 변호사협회장)가 대회장을 맡는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서의현 한국불교종단협의회장 등 이 고문이 되었다.
위원장 박삼중 스님은『한국민족사 최대의 치욕과 원한의 사적지라 할 이총이 일본 경도의 방광사 앞 대로변 풍신수길의 사당 앞에 버려져 있는 것이 가슴아팠다』며『우리 선조들의 영혼이 마지막 떠났던 부산에 봉안 처를 마련하게 된 것은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박삼중 스님은 올해 3·1절 때 태극기 50기를 꽂고 무궁화 5백 그루를 무덤둘레에 심는 약식 천도 제를 올린 뒤 일본측과 협의, 이번 천도 제 절차를 확정지었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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