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학사연」 진보적 학술단체 목청높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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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문학계에서도 진보적 학술단체가 발족된다. 신진 국문학자 60여명은 14일 오후3시 연세대 알렌관에서 창립대회를 갖고 「민족문학사연구소」를 출범시킨다.
이 연구소는 창립취지문에서 『조직적인 공동연구를 통해 현재의 민족문학을 민중적 입장에서 목적의식적으로 연구·비평하고 그 결과를 대중속으로 환원시키는 사업을 전개한다』고 해 연구와 실천을 결합시키는 국문학계 최초의 「학술운동」단체임을 분명히했다.
민족문학사연구소 창립회원들은 대부분 각대학국문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소장 학자들로 이들은 기존의 국문학연구가 연구작업의 고립·분산, 연구방법론의 한계, 연구과정및 결과의 사적 소유등으로 이기적 업적주의를 벗어나지 못해 국문학계의 침체를 가져왔다고 보고 있다.
특히 분단상황 아래서 실학이나 민중적 관점이 결여, 가치중립적인 형식주의나 순수주의로 편향된 것이 기존의 국문학 연구였다고 보는 이들은 실사구시의 과학정신에 입각, 자주적이고 개방적인 방법으로 민족문학사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민족문학사연구소는 이선영(연세대국문과) 임형택(성균관대한문과)교수를 공동대표로 하여 원시·고대, 중세1, 중세2, 근대1, 근대2, 현대등 시대별로 연구분과를 두어 분과중심으로 공동연구를 펼쳐나가게 된다.
때문에 이 연구소의 궁극적인 목표는 민중적·진보적 시각에서의 원시에서 현대에 이르는 한국문학통사 서술이다. 이와는 별도의 사업으로 문학입문·문학개론·문학사전등도 편찬해 나갈 예정이다.
대학을 거점으로한 기존의 국문학 연구단체들은 수없이 많다. 각 대학단위로 설치된 연구소들은 시대별·장르별로 세분화돼 국문학 전분야를 통괄하기에는 미흡했고 또 범대학 연구단체들은 개인적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세미나 차원이어서 다양한 시각의 학문적 성과는 얻을수 있으나 연구 역량이나 성과는 결집시킬수 없었다.
국문학뿐아니라 모든 학계 기존 연구단체의 이러한 취약점에 따라 80년대 중·후반에 들면서 연구역량을 결집, 분단이후 냉전이데올로기로 파묻힌 민중적 관점을 확보함으로써 연구와 민주화운동을 위한 실천을 결합시키는 「학술운동」이 젊은 학자들을 중심으로 불붙기 시작했다.
84년 8월 결성된 「한국산업사회연구회」를 시작으로 이러한 학술단체는 사회학·역사학·철학·경제학·정치학·법학등 학술 각분야와 문학·미술·연극등 예술 각 분야로 확산돼 현재 20여개나 되며 88년에는 10개 학술단체가 연합, 「학술단체협의회」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민족의 역사나 현실을 떠난 문학연구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민족문학사연구소는 앞으로 구체적 현실속에서 실천력을 지닌 문학이론을 탐색해나갈 예정이어서 현실이나 사회와는 다소 거리를 둔감이 없지 않았던 기존의 국문학계에 충격을 주며 민족중심 문학론의 지평을 열어갈것 같다.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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