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5년간 송도에 한 게 뭐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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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외국인투자 유치책은 제안일 뿐이다. 아직 실현된 게 아니다. 이 때문에 외국기업에 내놓을 것이 없다."

인천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에 가장 먼저 뛰어든 미국 부동산개발회사 게일 인터내셔널의 경영진이 정부의 외국인투자 유치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게일 인터내셔널의 스탠리 게일(사진(左)) 회장과 존 하인스(右) 사장은 최근 중앙데일리(중앙일보가 발행하는 영자신문)와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정부가 몇 년 전부터 경제자유구역의 투자환경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여태껏 달라진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하인스 사장은 "지난 5년간 정부가 각종 투자유인책을 약속했지만 정작 알맹이는 빠져 있다"며 "경제자유구역이 왜 있는지, 송도가 서울보다 나은 게 뭔지 아직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게일 회장도 "상하이.홍콩.싱가포르에는 이미 각종 투자유인책이 실제로 존재한다. 이대로는 한국의 경제자유구역이 경쟁에 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게일 경영진은 "가끔은 우리만 애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정부에 불만을 토로했다. 게일 인터내셔널은 2002년부터 포스코와 합작으로 173만 평의 송도 국제업무단지를 개발하고 있다. 다음은 게일 인터내셔널 경영진과의 일문일답.

-한국 정부와 일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하인스:허허벌판에 사무실만 지어놓으면 다음날부터 외국기업이 입주할 거라고 기대해선 곤란하다. 전략적인 개발이 필요하다. 지난 5년 동안 정부와 전략을 만들어 왔지만 아직 핵심요소가 빠져 있다. 해외에 나가 외국기업을 만나면 서울과 송도의 차이를 묻지만 뭐라고 답할지 난감하다.

-정부가 제시한 투자유인책이 불분명하다는 뜻인가.

하인스:(정부가 발표한 혜택은) 단지 제안일 뿐이다. 이 때문에 다른 외국기업들에 그동안 우리가 만든 국제 학교나 병원, 좋은 환경 등은 얘기할 수 있지만 정작 구체적인 투자유인책은 제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아직 있지도 않은 것을 준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일:금융업무의 편리성이 한 예가 될 것이다. 홍콩.싱가포르는 정부가 나서서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회계의 투명성과 지배구조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원스톱 쇼핑.행정도 가능하게 했다.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나.

하인스:무엇보다 (말뿐인) 투자 유인책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언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경제자유구역에서는 공문서에 한글.영어를 병용하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실천에 옮겨지지 않고 있다. 환전도 여전히 불편하며, 주택 관련 규제도 복잡하다.

-그렇다면, 송도의 미래가 어둡단 말인가.

하인스:그렇지는 않다. 풍부한 고급 인력, 국제공항.항만과의 인접성, 계획도시가 가능한 매립지의 이점 등은 송도의 매력이다. 지난주 모건스탠리가 3억5000만 달러를 투자한 것도 이런 잠재력을 높이 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투자여건을 개선하려는 정부 의지가 처음에는 강했으나 갈수록 주춤거린다. 그러는 사이 다른 나라들은 부지런히 앞으로 가고 있다.

게일:국제기준에 맞는 경제자유구역을 만드는 것은 게일이나 모건스탠리를 위한 게 아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에서 뒤지기 때문이다. 혜택도 일회성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계속 진화시켜야 한다.

원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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