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군 쿠데타 … 탱크로 총리실 봉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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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9일 오후 태국 방콕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가운데 탱크가 정부 청사를 에워싸고 있다. [방콕 로이터=연합뉴스]

연초부터 정정 불안이 계속돼 온 태국에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다.

태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의 방콕 중심가에 19일 오후 늦게 10여 대의 탱크가 진입해 총리 집무실을 봉쇄하고 정부 청사 주변 도로를 차단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태국 현지 방송은 "태국 국왕에게 충성을 다짐한 군부가 이날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라며 태국의 수도 방콕을 장악했다는 발표를 했다"고 방송했다.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뉴욕에 체류 중인 탁신 친나왓(사진) 태국 총리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 병력의 불법 이동을 금지시켰다. 탁신 총리는 이날 국영 방송에 나와 "내각의 승인을 얻어 지금부터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수백 명의 정부군 병력이 방콕의 주요 길목에 배치됐다.

태국 군부가 운영하는 TV 방송국은 쿠데타설이 나온 뒤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국가와 국왕의 사진만 내보냈다. 태국에서는 1932년 이후 모두 19차례의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으며 그때마다 군 방송국이 국왕 사진을 송출해 왔다고 DPA통신은 전했다.

태국은 10월 총선을 치를 예정이었다. 탁신 총리는 4월 푸미폰 국왕의 요구에 따라 차기 정부에서 총리직을 맡지 않겠다고 발표했었다.

태국의 정치적 혼란은 1월 탁신 총리 가족이 통신주 매각으로 19억 달러의 부당 이득을 보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태국 중산층들은 탁신 총리의 부정을 규탄하고, 그의 사임을 촉구하면서 거리로 뛰쳐나왔다. 탁신 총리는 정치적 혼란을 끝내기 위해 야당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4월 2일 조기 총선을 실시해 승리하는 듯했다.

그러나 태국 헌법재판소는 이 선거에 대해 무효를 선언하고 재선거를 실시하도록 판결을 내렸다. 재선거는 10월 15일로 예정돼 있지만 선관위원 다섯 명의 선출이 늦어지면서 일정상 총선 실시가 불투명한 상태였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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