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상가, 이상기류 "후분양제 피하자" 일부만 떼내 선분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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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상가 후분양제란 연면적 3000㎡(907평) 초과 대형 상가는 ▶골조공사의 3분의 2를 끝내거나 ▶부동산신탁회사와의 신탁계약 ▶보증보험사의 분양보증 등 세 가지 중 한 가지를 충족한 뒤 해당 지자체에서 분양승인을 받은 뒤 분양토록 한 것이다. 동대문 굿모닝시티 상가 분양대금 횡령 사건 이후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지난해 4월 23일부터 도입.시행되고 있다.

화성시에 따르면 동탄신도시 중심상업지역에서 규모 면에서 후분양 대상인 85곳의 근린상가 가운데 이 규정대로 분양하는 것은 6곳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편법 분양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면적으로 따지면 후분양 대상이지만 이를 피하려고 907평 미만만 떼어서 선분양에 나서고 있다는 뜻이다. 즉 후분양을 하지 않아도 되는 면적만 먼저 분양해 후분양을 피하고 나머지 층 점포는 명목상 임대로 돌리는 방법이다. 특히 일부 상가는 땅 소유권도 확보하지 못하거나 건축허가도 받지 않은 채 투자자들을 모집하기도 한다.

이들은 투자 희망자들로부터 계약금으로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1억원씩 받고 있다. 계약금은 대부분 신탁회사와 대리사무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인통장 등으로 입금된다. C프라자 상가의 분양 담당자는 "후분양제에 따르면 공사비 등에 따라 비용이 많이 늘고 분양시기도 늦어져 그만큼 사업성이 악화된다"며 "사업 수지를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편법 분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자금 확보가 어려워 편법 선분양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고분양가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며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분양을 포기하고 철수하는 사업장이 잇따를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이 경우 자칫하면 분양대금을 떼일 수도 있다. 상가 컨설팅업체인 시간과공간 한광호 사장은 "분양대금을 관리해 줄 신탁회사 등이 없을 경우 굿모닝시티 사건처럼 분양대금을 시행업체가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투자자들은 사업 여건 악화에 따른 시행업체의 부도, 사업 지연에 따른 피해에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상가의 경우 분양이 절반도 안 된 상태가 1년 이상 끌면 경매 처분 등의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화성시청 건축과의 한 관계자는 "편법 분양은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관여할 수 없다"며 "시행업체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H건설 관계자는 "까다로운 제도를 피하려고 상가를 쪼개서 파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투자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소한 자금 유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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