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사막 오아시스로 바꾼 '건설 한국'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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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허브로 떠오른 아랍에미리트공화국(UAE) 두바이에서 동쪽으로 150㎞ 쯤 달리면 이 나라를 구성하는 7개 토후국 중 하나인 후자이라가 나온다. 해발 1000m가 넘는 하잘 산맥과 오만 만 사이에 자리잡은 이 지역은 한해 한두 차례 30~40㎜ 정도 극소량의 비가 내리는 메마른 땅이다. 온통 바위 투성이여서 농사는 꿈도 꾸지 못한다. 야트막한 구릉에는 나무 한그루 보이지 않았다. 해안가에 드문드문한 야자수마저 누런 먼지를 뒤집어 쓴 채 푸르름을 잃어가는 곳이다.

버려진 땅으로 여긴 이 곳이 2004년 6월 이 나라의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한국 업체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책임지는 턴키 방식으로 건설한 발전.담수화 복합 설비가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시공업체는 두산중공업으로 이 복합 설비는 663 ㎿/h의 발전 시설과 하루 45만6000 t의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담수화 시설을 함께 갖췄다. UAE 전체 전기의 8.9%, 담수의 11%를 이 곳에서 댄다. 이는 대전광역시 인구(약 150만 명)가 쓸 수 있을 정도의 담수량이다. 이 물은 두바이를 세계적인 비즈니스.관광 도시로 만들기 위한 녹지 조성에도 필수적이다. 내륙 깊숙이 자리잡은 알 아인 지역을 숲으로 바꾸는 데도 기여한다.

세계 최대의 복합 설비인 이 곳은 2001년 6월 두산중공업이 수주해 3년 만에 완공됐다. 세계 유수의 중공업 회사가 제시했던 공기보다 6개월~1년 빨리 공사를 끝냈다. 축구장 크기의 증류장치를 경남 창원 공장에서 완성해 현지에 운반해 설치하는 '원 모듈 공법'을 처음 적용한 덕분이다. 증류장치를 네 부분으로 나눠 현지 조립하는 종전 방식보다 비용이 낮고 품질이 좋아지는 이점도 있다. 후자이라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인 이웃나라 오만의 소하르 공단에도 두산중공업은 같은 방식으로 공장을 짓고 있다. 오만 정부가 발주한 공사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내년 4월 준공을 앞두고 기기 설치 마무리와 시험 가동이 한창이다. 이 곳에선 596 ㎿/h의 전력과 50만명이 쓸 수 있는 물을 만든다. 두산중공업 후자이라 사무소의 김상백 차장은 "고유가로 오일머니가 넘쳐나는 중동에서 국내 건설.플랜트 업계의 수주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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