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한국관계연구|북한일변도 벗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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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페레스트로이카이후 한국을 보는 소련의 시각도 급변하고 있다.
페레스트로이카 이전까지 소련의 한국관계연구는 북한일변도로 북한의 모든 행동을 인정하고 찬양했으며 남한의 문제도 북한의 해석에 따라 연구해왔었으나 85년 고르바초프등장이후부터는 객관적인 연구에 기반한 새로운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소련의 가장 대표적인 한국연구기관인 과학아카데미 동양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나탈리아 바자노바박사는 최근 한양대 중소연구소에서 발간한 계간 『중소연구』에 「소련에서의 한국연구」라는 글을 기고, 이같은 연구경향의 변화를 전했다.
기고문에 나타난 페레스트로이카전후의 연구경향변화를 요약해 소개한다.
◇페레스트로이카이전=1917년 볼셰비키혁명후 사회주의혁명의 관점에서 연구가 계속됐으나 역시 일본식민지로서 한국에 대한 정보가 단편적일수밖에 없었다.
소련의 한국연구가 본격화된 것은 해방과 함께 극동지역의 새로운 정치질서 구축에 직접 개입하면서부터다.
이전까지 대부분 한국에 대한 연구가 극동지역(중국·일본) 전문가들에의해 부수적으로 수행돼왔으나 50년대부터 전문적인 한국연구집단이 나타났다. 이때부터 연구가 본격화돼 3백부 이상의 책과 수천부의 논문(2백여부의 박사학위논문 포함)이 발표됐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어 균형을 상실하고 있다. 소련의 모델을 따르는 북한을 옹호하고 칭송하는 연구가 주류였으며 상황에 대한 독자적이고 분석적인 비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페레스트로이카이후=과거와 같은 공식적인 노선이 연구성과물에 자동적으로 반영되지 않기 시작했다.
소련내 한국관계연구자들이 지금까지 준수해야했던 다음과 같은 두가지 기본규칙이 사라졌다.
첫째는 정부의 공식노선을 따름으로써 연구성과물(특히 정치학분야)이 선전에 이용될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북한의 모든 행동을 인정하고 남한관계는 북한의 해석에 동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따라 새로운 개념정립이 시작됐으며 남한에서 발생되는 모든 일이 잘못되었다는 견해는 더 이상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한국연구에 관한 오랜 연구관습이 쉽게 사라질수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북한을 비판하기보다는 미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일이 훨씬 쉬운 형편이지만 페레스트로이카의 영향을 받은 새로운 연구성과들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점차 보편화돼갈 것이다. <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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