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잃은 거여“묘수없다”/보선참패한 민자 대책 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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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후유증속에 계파갈등 증폭/YS 수습 앞장서자 민정계 냉담
민자당이 4ㆍ3보궐선거 실패의 충격속에 수습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선거결과의 책임문제에 관해 3계파 사이에 갈등이 노출되고 있으나 빠른 시일내 후유증을 최소화해야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그중에도 민주계쪽이 가장 당황하고 있는 것 같다. 『교만에서 비롯된 패배』라고 선거결과를 분석한 김영삼최고위원은 휴일인 5일 상도동자택으로 박준병사무총장,김용환정책위의장을 불러 패인 분석과 분위기쇄신책을 모색하는 등 화급함을 보이고 있다.
민주계는 6일 당직자회의에서 진천-음성선거과정에서 발생한 박찬종의원(가칭 민주당)폭행사건과 기자감금 폭행사건에 대한 관련자를 엄벌하고 사건전말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혀줄 것을 정부측에 촉구했다.
민정ㆍ공화계도 이례적으로 수습움직임에 신속한 공조자세를 보이는 것은 선거패배가 3당통합의 당위성 문제를 다시 쟁점화 시키고 내부적으론 계파간의 갈등을 증폭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서울출신 의원들은 『이번에 철저한 자기반성없이는 다음 선거가 어렵다』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지도부에 노골적인 경고성 발언을 서슴지않고 있다.
현재 당내엔 선거패배요인에 대해 3당통합이후 국민기대수준에 미달한 정국운영 및 당관리에서부터 미세한 선거전략의 실수에 이르기까지 중구난방식 분석이 계파간 이해가 겹쳐 나오고 있다.
민주계쪽에선 개혁정책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데서 오는 실망감과 거부감의 표시로 해석하고 있다. 김최고위원은 『금융실명제의 실시연기 방침도 선거에 영향을 끼쳤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지난 임시국회때 국방위에서의 날치기 통과등 3당통합을 뒷받침하기 위한 새정치를 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피력하고 있다.
민정계쪽은 이번 선거의 특수성을 무조건 일반화하는데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으나 겉으로 드러내놓고 변명은 못하고 있다.
공천에서부터 선거운동 과정을 모두 민정계가 주도했기 때문에 민주ㆍ공화계의 비판을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거여의 위력을 보여준다는 과욕으로 박찬종의원 폭행사건을 엉망으로 처리했고 대구서갑에서 의원들을 동책으로 활용한 것 등이 누구의 지시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이유에서 나오는 인책론의 초점은 박준병사무총장에게 일단 모아지고 있으나,박총장을 사실상 움직이는 박철언정무장관,그뒤 노대통령에까지 불만이 연결되어 있다. 달리 대안도 없고 적전분열이라는 비난의 우려가 있어 민주계도 인책문제를 접어둘 것 같지만 이 문제는 앞으로 정국운영의 실수가 나타날 경우 즉시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선거패배가 과연 민자당의 일대각성과 자체쇄신으로 연결될지,아니면 당내주도권 경쟁으로 탈바꿈할지 아직 예측이 어렵다.
김영삼최고위원은 개혁노선의 강화등 대국민이미지 개선대책을 내놓고 『당내의 교만해질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말은 당운영 정책결정을 좀더 챙기겠다는 의미와 박철언독주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가 내포되어 있다.
김최고위원은 이와함께 정국운영방식을 재검토,거여에 대한 견제심리가 선거결과로 나타났다고 보고 그동안 폐쇄됐던 대평민당과의 채널을 열고 지자제문제를 재론하는등 보다 유연한 대야대책을 취할 것 같다. 그러나 민자당에는 뾰족한 수습책이 없고 김영삼최고위원이 그래봐야 별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민정계를 포함한 당내의 분위기다.
우선 개혁충실을 입증할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다. 정치쪽의 지자제,경제쪽의 실명제 모두 약속위반을 한 상태여서 개혁의 노력을 도대체 무엇으로 내보이겠느냐는 것이다.
또 민자당의원들의 내면에 점점 번져가고 있는 냉소적 자세도 큰 장애요인이다. 표면적으로 수습의 원칙엔 공감하고 있으나 아직도 조직책인선등 계파간의 이해가 대립되어 있고 당내인화는 점점 틈이 깊어가는 느낌이다.
특히 민정계의 다수가 소외 그룹으로 남아 선거결과와 수습움직임에 뒷짐지고 있는 것은 민자당을 대책없이 장기간 침체의 늪으로 끌고갈 가능성이 있다. 민자당은 이같은 위험에 대비,대통령과 김영삼ㆍ김종필최고위원이 다시 한번 3당통합때의 입장에 서지 않으면 안될 형편이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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