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노 대통령과 회담에서 북 인권에 심각한 우려 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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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주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했다고 미 행정부의 인권 담당 고위 관리가 16일 밝혔다.

제이 레프코위츠(사진) 미 북한 인권 특사는 이날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이 14일 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중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 실상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시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탈북자들을 받아들이고, 이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의 북한 인권 거론에 대해 어떤 언급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정상회담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했다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레프코위츠 특사는 또 자신이 개성공단 방문을 위해 한국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노 대통령은 14일 부시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 직후 미국 내 한반도정책 여론 주도 인사들과의 면담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리는 이 메시지를 북한과 중국에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가 전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15일 워싱턴 소재 주미 문화홍보원 강연에서 전날 노 대통령이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그 충격파가 어느 정도 클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고 밝혔다.

그레그 전 대사는 노 대통령이 "6자회담 외에 다른 대북 접촉도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북한에 더 많은 정보와 한국 제품을 제공할 어떤 접촉에도 찬성한다"며 "이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복귀할 기회가 왔을 때 더 쉽게 편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문제와 관련해선 이 자리에 참석한 윌리엄 코언 전 국방장관이 "지상군과 해.공군의 전작권을 분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며 군사적 효율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그레그 전 대사는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효율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역시 면담에 참석했던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 대사는 "참석자 중 전작권 이양 자체에는 반대가 없었고, 모두 이 문제를 군사적 효율성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노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한국에 미친 충격을 솔직하게 평가하고, 북한의 핵실험 강행이 야기할 충격에 대해 솔직히 대답해 놀랐다"고 평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자신이 (이 문제를)다루기가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고 말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또 "노 대통령은 한.미 동맹에 대단히 헌신적(Devoted)이라는 점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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