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절약 위한 "투쟁"강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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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요즘 북한전역에는 「90년대 속도창조운동」이라는 이름아래 증산독려·절약강조가 한창이다.
「90년대 속도창조운동」이란 『인민의 영웅주의와 창조력을 최대한 발양시켜 선진과학기술의 생산현장도입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는 일종의 경제적 대중운동』이라고 로동신문이 정의를 내리고있다.
평양의 낙랑거리·광복거리에는 연초부터 인민군과 「건설역군」들의 발길로 붐볐다.
「90년대 속도창조」의 기치아래 5만가구의 고층살림집(아파트)건설을 위해 구슬땀을 흘려야하기 때문이었다.
로동신문이 「건설전투」라고 묘사하는 이 현장에는 북한전역에서 일꾼들이 대거 동원됐다.
이들은 함남 청년건설여단, 평양시 건설총국사단, 자강도건설여단, 황해북도 건설여단등 전국 각지로부터 모였다.
로동신문은 『이들은 한결같이 1백20%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칭송하고 『특히 자강도 청년건설여단 2연대 전투원들은 2백가구분의 고층아파트건설을 「전투적」으로 해내 공기를 3분의1로 앞당겼다』고 치켜세워 은근히 「보다 더 투쟁적으로 건실할 것」을 독려했다.
로동신문은 또 평남화력발전연합기업소에서는 전력생산을 1백13% 초과달성했고, 순천지구 탄광연합기업소도 20일만에 작년 같은기간보다 5만여t의 석탄을 더 캐내 「90년대 속도창조」에 앞강서는 사례도 보도했다.
뿐만아니라 속도창조를 위한 집회도 불이 붙은듯 계속 열리고 있다.
평양에서 90년대 속도창조의 기치아래 최근 열린 집회만도 「직맹」6기 19차회의 (3월12∼13일), 「농근맹」14차회의(2월6∼7일), 「여맹」12차회의(3월13∼14일), 사노청16차회의 (3월12∼13일), 「전국선전선동원및 5호담당선전원 열성자회의」(3월21일)등 이루 헤아릴수 없을 정도다.
특히 2월26일부터 3일간 평양의 2·8회관에서 열린 「전국생산자혁신대회」에는 6천여명의 인민·건설역군들이 대거 참석했고 「지도층인사」들도 참석해 독려를 아끼지 않아 북한이 이러한 군중집회에 거는 기대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이날 대회에는 연형묵정무원총리·박성철부주석및 4명의 부총리가 참석했고 특히 김일성도 직접 참석, 절약과 증산을 호소하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까지 했다.
이처럼 각종 집회와 작업현장에서 한결같이 강조되는 「90년대 속도창조」운동이 시작된 것은 김일성이 신년사에서 이 말을 사용한데 이어 노동당제6기 17차 전원회의가 이 지침을 받아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면서부터다.
김은 신년사를 통해 3차7개년계획의 성공적 달성및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노력을 강조하면서 『주요대상 건설에 참가한 건설자들과 인민군은 창조적 적극성과 대중적 영웅주의를 발휘하여 건설에 새로운 「90년대 속도」를 참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북한이 이처럼 전역에 걸쳐 생산혁신운동을 전개하는데는 1차적으로 이러한 방법이 일상화된 사회주의 경제운용수단이라는 점을 들수 있다.
북한에서는 이미 50년대후반부터 「천리마운동」이라는 군중적 생산혁신운동이 사회주의 경제운용의 기본형태로 정착되어 왔으며 61년9월 당4차대회에서는 사회주의건설의 기본노선으로까지 인정받았다.
70년대에는 「속도전」이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잡았고 80년대에 들어와 제2차7개년계획 (78∼84년)완수를 위해 「80년대 속도창조운동」이 전개됐었다.
따라서 「90년대 속도창조운동」도 이러한 일련의 흐름과 맥을 같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으로서는 88, 89년에 걸쳐 「평양축제」준비등으로 경제가 휘청거렸던 것에 비해 90년의 경제사정은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됨에따라 유리하게 전개되는 경제국면에 증산·절약·생산성향상운동을 접목시킴으로써 3차7개년계획의 원활한 목표달성을 이루고자하는 속셈이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운동이 단순히 경제수단이라기보다 지난해부터 가열되기 시작한 동구사회의 변혁에 대응한 정치적 측면의 성격이 강하다는 시각도 있다.
동구사회의 변혁을 야기시킨 「인민의 생활수준 향상에대한 욕구」를 「절약」이라는 구호를 통해 냉각시키고 「증산강조」를 통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인민의 복지욕구 증가에 대응하는 한편, 집단적인 충성과 투쟁의식 독려등 사상투쟁을 통해 내부결속을 다지려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운동은 사회주의적 대중동원을 통해 경제목표를 완수하고 체제내부를 결속함으로써 「두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북한의 정치전략으로 볼수 있다.
때문에 이 운동은 외부로부터 개혁에 대한 자극이 그치지 않는한 당분간 체제방어수단으로 유용하게 쓰이면서 한편으로는 3차7개년계획의 추진과정에서도 지속적인 동원독려 수단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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