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길러내는 어린이프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국교 3년생 아들을 가진 주부 방성원씨(43·서울방이동)는 지난달30일 방송된 KBS-2TV의 어린이 드라마 『5학년3반 청개구리들』을 보면서 당혹감을 감출수 없었다.
이날 프로에서 주인공 맹자가 어머니의 권위를 무시하고 불경스럽게 행동하는 것을 보고 방씨의 어린 아들도 『맹자도 그러던데 뭐…』하면서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씨는『5학년3반…』이 어린이 시청시간대에 어린이만을 위한 드라마로 아이들의 끈끈한 우정이나 건전한 의욕을 고취시켜주는 프로가 되길 바랐으나 그렇지 못했다며 실망을 나타냈다.
『아무리 자연스런 연기를 한다고 해도 보통학생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과장된 내용으로 아이들의 흥미만 자극시키는 드라마인 것같아요. 특히 자기 담임선생님을 혼내주라고 엄마에게 전화하는 장면을 보고는 끔찍스럽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5학년3반…』은 모범생이 주인공인 기존 어린이 드라마의 틀에서 벗어나 각자 뚜렷한 개성을 지닌 어린이들이 밝은 분위기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어린이용 인기프로다.
그러나 어린이들에게 와닿는 주제를 설정하고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학교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제시하는 것이 문제의식을 일으키는 것보다 맹목적인 모방을 부추길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
YMCA TV모니터 모임은 이 드라마에서 지나치게 별명·은어·속어등이 남발되고 있어 은연중에 저질 언어습관을 만들어 준다고 지적한다. 「까발겨」「맹자 밥이다」「맹자 말이라면 끔뻑 죽어」「참새 껌십는 소리한다」등은 어른들의 드라마에서도 저속하다고 지적될만한 말들인데 『5학년3반…』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는 것.
세트와 소품등은 전혀 리얼하지 못하면서 저속한 언어, 선생님과 부모에게 불경스런 태도를 보이는 것만 흥미위주로 리얼하게 보여주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인기 어린이 드라마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5학년3반…』이 일상적인 어린이 이야기중에서 깊이 되새겨보아야할 문제들을 지적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해보는 건전한 어린이프로가 돼줄 것을 기대한다. <채규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