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문제 다룬 서적 출간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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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여성학적 관점에서 사회·가정의 문제를 제기·분석한 책들이 최근 잇따라 출간돼 여성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제 여성도 말하기 시작한다』(열음사간·안니 르클렉 지음·정을미 옮김)가 2월 중순 선보인 이래 약 한달 사이에 『여자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진다』(정우사간·우술라 쇼이 지음·손덕수 옮김 ), 『한국 가족론』 (도서출판 까치간·여성 한국사회 연구회 편), 『수레를 미는 여성들』(도서출판 공동체간·손덕수 지음)이 잇따라 나왔다. 여성학 관련 서적출간은 83년 한국여성개발원 설립 이후 활기를 띠고 있으나 이처럼 한달 사이에 4권의 저서가 나온 것은 드문 일이다.
특히 효성여대교수인 손덕수씨(사회사업학)는 이 기간 중에만 2권을 내놓아 이채. 그가 번역한 『여자로…』는 독일베를린 자유대학교수로 베를린 여성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우술라 쇼이가 「여성은 여자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남성에 의해 만들어져간다」는 프랑스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 학술적으로 조사·연구하고 점검해 발표한 책.
남녀의 차이란 오로지 생식기능상의 차이일 뿐이며 이 외의 모든 것은 신생아 때의 피부접촉, 유아기의 수유시간, 학령전시기의 놀이기구 등의 차별로 인해 비롯된다는 것을 명쾌히 제시하고 있다.
「여성문제 산문집」이란 부제가 달려 있는 『수레를…』은 20여 년간 「여와 남」의 문제를 부엌·일터·사회운동·외국생활을 통해 지켜본 손 교수가 35편의 산문과 3편의 논단을 묶어 발표한 것.
그는 『여성들은 한마디로 묵묵히 수레를 끌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규정짓고 있다. 즉 여성은 남성이라는 수레, 가정이라는 수레, 나아가 역사라는 수레를 밀고 간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신성시 돼왔던 모성·현모양처·여성다움이란 신성하지도, 여성의 천부적 기질도 아닌 인위적인 것』으로 『가부장제 아래서 만들어진 「남성제품」』임을 선언하고 있다.
조르주 상드→시몬 드 보부아르로 이어지는 프랑스 여성문학의 맥을 잇는 대표적 작가중의 한사람인 안니 르클렉이 74년에 발표한 『이제 여성도…』는 기존의 여성해방 서적들의 관점과는 달리 이미 여성들의 것으로 역할 지어진 가사노동·출산 등에 대해 참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 것이 특징.
논문집으로 엮어진 『한국 가족론』은 지난 2월 이화여대를 정년퇴직 한 이효재 교수(사회학)의 후학들이 정년기념으로 이 교수와 자신들의 관련논문들을 묶어 발표한 것.▲한국 가부장제의 확립과 변형(이효재)을 비롯해 ▲가족과 재생산 ▲도시노동자 가족의 생존전략 ▲농촌·도서지역의 경제와 가족 등 5개의 범주로 나눠 15편의 논문을 새로 발표하고 있다.
이 교수는 논문에서 『한국의 가족제도에서 동성 동본 불혼, 성 불변의 원칙, 그리고 다른 성의 양자를 금하는 3개 원칙은 종족제 친족제도를 유지하는 기본이며 여성을 차별하고 예속하는 가부장제의 기본성격』이라고 못박고 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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