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오피스텔 노래방 입점 논란

중앙일보

입력

성인오락실, PC방에 이어 노래방마저 주민들이 '교육에 해롭다'며 반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조선일보가 15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14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2동 '브라운스톤' 주상복합 오피스텔 주민 50여명이 오피스텔 중앙 현관 앞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피켓과 생수병을 흔들며 같은 건물 1층에 들어서는 노래방 공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피켓에는 '내 아이들이 한글도 배우기 전에 유흥부터 배운다' '내 재산 우리 어머니 내 아내 우리 딸 우리 아들들의 안전이 위협 받고 있다' 등의 문구가 쓰여 있다.

입주자들은 무엇보다 술을 많이 마신 사람들이 노래방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자녀들이 피해를 입을까 봐 불안하다는 입장이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박혜경(여.38)씨는 "딸이 가장 민감한 시기라 PC방이 있는 2층에도 못 내려가게 한다"며 "노래방은 유흥의 마지막 단계로 술 취한 사람이 이용하는데, 애들이 학원 갔다 저녁 늦게 돌아오다 마주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부녀회장 신은례(여.59)씨는 "다른 동의 지하철역 쪽에서 살다가 유흥업소가 많아 애들 때문에 이곳으로 이사 왔는데 이제 노래방이 들어오면 거기나 다름없다"며 "뭣 땜에 이사 왔나 후회가 막심하다"고 전했다. 손희승(여.44)씨는 "상가 앞 도로에 불법 포장마차 소음 때문에 고3 딸이 시끄러워서 집에서 공부를 못 한다"며 "지금도 견딜 수가 없는데 노래방까지 들어오게 되면 어떡하느냐"고 밝혔다.

주민들은 노래방 입점 소식을 듣고, 지난 8월 초부터 업주측과 승강이를 벌여왔다. 하지만 업주가 학원에서 일정 거리가 떨어지는 조건 등을 맞춰 지난 7일쯤부터 공사를 강행하자, 주민들도 본격적으로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다. 부녀회 임원들은 피켓을 만들고 현수막과 페트병, 확성기를 준비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8일 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한 후 594가구 중 383가구의 서명을 받아 구청과 교육청에 탄원서도 제출했다.

주민 변모(여.68)씨는 "시행사가 분양할 때는 병원과 학원 위주로 상가가 들어선다고 하더니 음식점에 PC방, 노래방까지 생겼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신 부녀회장은 "오피스텔 주상복합이지만 업무용은 거의 없고 대부분 주거용으로 쓰고 있는데 업무용으로 허가했기 때문에 노래방도 허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건축법이 잘못됐고 건설교통부에서도 미리 예상해 시정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노래방 업주 조모씨는 "술을 팔지 않을 것이고 청소년방도 2개 만들어 건전하게 운영하겠다"며 "불건전 영업을 했을 때는 신고해서 관리하라고 주민들께 전달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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