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이웃돕기 위해 10년째 신문배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경남 마산시청에서 주택행정담당으로 근무하는 김동준(金東駿.56)씨는 여느 공무원과 다른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金씨는 매일 오전 3시30분에 일어난다. 그는 부인 박금희(朴金姬.45)씨와 함께 신문배달용 손수레를 끌고 중앙일보 마산 중앙센터로 가 5백여부의 신문을 받아 각 가정에 배달하는 일을 10년째 해오고 있다.

金씨 부부가 신문배달을 시작한 것은 1994년 11월부터. 중앙일보가 주관하는 제18회 청백봉사상 본상을 받은 직후 결심했다. 당시 金씨는 출장가는 공무원의 신고제를 없애고 여비를 통장으로 이체하는 등 행정 관행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어려운 이웃을 도운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았다.

"제가 한 일에 비해 상이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신문을 배달해 얻은 수입으로 불우이웃을 돕고 싶었습니다."

金씨 부부는 신문배달로 매달 버는 50만~70만원을 불우이웃을 돕는 데 사용해 왔다. 그동안 받은 10여종의 상금까지 모두 보태 지난 10년 동안 약 1억원에 이르는 성금을 냈다. 金씨는 또 5년 전 마산 교방동사무소 사무장으로 근무할 때 알게 된 신모(71.회원동)씨에게 주유소 주유원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 지금까지 매달 20만원씩 생활비를 보내주고 있다. 신씨는 치매에 걸린 90세 노모를 혼자 뒷바라지하고 있다.

또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이모(60)씨가 목욕탕 보일러 기사일을 못하게 돼 세상을 비관한다는 소식을 듣고 3년 전 5백만원을 들여 시청 내에 구두 수선방을 마련해줬다. 이밖에 직업병을 앓고 있는 40대 아버지와 희귀병에 걸린 여동생을 둔 고교생 가장에게 3년간 매달 30만원을 보내는 등 金씨 부부가 도운 불우 이웃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신문배달을 시작한 뒤로는 친지나 친구들과의 저녁 모임에 거의 참석하지 못했어요. 저녁에 술을 한잔 했다가는 새벽에 일어나기가 힘들거든요. 그래서 친구들로부터 실직당했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97년 9월 부인 朴씨가 자궁경부암에 걸렸을 때는 너무 힘들어 신문배달을 포기할 뻔했다. 퇴근하면 부산에 있는 병원으로 가 밤샘 간호를 한 뒤 새벽에 마산으로 넘어와 혼자 신문을 돌렸다.

너무 힘들어 센터 사장에게 "다른 사람을 구해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그러나 부인을 진찰한 의사로부터 "초기에 발견해 완치가 가능하다. 좋은 일을 많이 해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는 말을 듣고는 신문배달에 더욱 애착을 느꼈다. 金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신문배달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金씨는 고교 졸업 후 고향인 경남 의령에서 새마을운동을 열심히 한 덕에 74년 공무원에 특채됐다.

마산=김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