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 아파트 제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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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 '속 채우는' 경영철학

뒤늦게 주택건설업에 뛰어든 그였지만 업계에선 '히트상품 제조기'로 통한다. 그가 선보인 아파트 상품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1999년 경기도 용인시 구성읍에서 분양한 동일하이빌1차는 모든 주차장을 지하로 끌어내린 첫 일반아파트다. 장애인 및 소방 차량 자리를 빼곤 지상에 아예 주차장을 없앤 것이다. 지상 공간엔 실개천을 만들었다. 이런 단지는 이제 주택업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0월 입주한 서울 신정동 동일하이빌 아파트에는 PC방.DVD룸.노래방 등이 들어선 입주민 소유의 미디어센터가 마련됐다. 단절되기 쉬운 아파트 주민들이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는 공간을 업계 최초로 단지 안에 배치한 것이다.

동일토건이 지은 주택에는 "팔기 위한 아파트가 아닌, 내가 직접 살 집을 짓는다"는 고 회장의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입주민들이 어떤 집을 원할까를 늘 고민하지요. 화려함보다는 입주민의 건강과 화목, 이웃과의 소통 등 주거문화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 충실하려고 노력합니다."

고 회장은 "아파트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입주민과 건설사가 함께 가꿔야 하는 생명체"라며 "자식을 키우는 심정으로 아파트를 짓다 보니 히트작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개념 아파트를 내놓은 것에 힘입어 동일토건은 설립 11년 만에 중견업체로 우뚝 섰다. 올해 시공능력 평가액 순위는 90위다. 회사 성장의 밑바탕에는 늦깎이로 건설업계에 뛰어든 고 회장의 남다른 '주택 사랑'이 자리잡고 있다. 좋은 땅을 찾아다니는 것이 취미였던 그는 회계사 시절에도 주말이면 재미삼아 방방곡곡 좋은 땅을 찾아다니며 주택개발 여지를 살피곤 했다. 성공 신화에는 빛나는 표면 만큼이나 어두웠던 이면도 있게 마련이다. 초창기 그는 고급 연립주택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보기 좋게 실패했다. 수요 예측을 제대로 못한 데다 분양시기를 겨울로 잡은 것도 실수였다. 이때 그는 새벽 2~3시면 잠에서 깨어나 뒤척이기 일쑤였고, 급기야 원형 탈모증에 시달려야 했다. "여기서 무너지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버텼지요. 그때 소비자 마음을 읽는 데 소홀하면 망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 그는 '일 벌레'

고 회장은 업계에서 알아주는 '일벌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밤늦게 퇴근할 때까지 일에 매달린다. 시간이 아까워 골프도 치지 않는다. 집에 있는 러닝머신으로 운동을 대신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그에게 어울린다. 크지 않은 덩치지만 체력과 열정은 30대 청년이 부럽지 않다. 그래서 직원들은 그를 '에너자이저'라고 부른다. 빡빡한 일정을 거뜬히 소화하는 것은 물론 휴일에도 수시로 임원들을 부르거나 공사현장을 방문한다. 그는 일요일에 더 바쁘다. 차가 안 막혀 아파트 건설 현장을 방문하기에 더없이 좋기 때문이란다. 덕분에 그의 승용차는 1년에 10만~15만km나 뛴다. 하루에 1000km 이상을 달린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고 회장이 타고다니는 승용차의 수명은 3년을 넘기지 못한다. 주말용 운전기사도 따로 둘 정도다. 고 회장이 현장 경영에 열정을 쏟는 것은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아파트를 짓기만 하면 팔리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주택업계도 기대 수준이 높아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려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아파트 상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현장에 들러 공사 상황 및 문제점을 파악하고, 직원들을 독려하는 게 '고품질'을 담보하는 지름길이지요."

#"이제부턴 글로벌로"

그는 요즘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다. 동일하이빌을 세계적인 아파트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다. 동일토건은 지난해 카자흐스탄에 진출, 3000가구의 주거단지 개발에 나섰다. 고 회장은 지난해 9월 카자흐스탄 대통령궁 앞에 들어설 '하이빌 타운' 380가구 1차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친 데 이어 2009년까지 순차적으로 새 단지 를 선보일 예정이다.

"각국의 주거 문화.건축 양식.생활 관습 등의 장점을 파악해 좀 더 나은 주택을 선보일 생각입니다. 카자흐스탄의 주택사업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최상의 주택을 제공하기 위한 학습 과정일 뿐입니다".

그는 "이번에도 제2의 신화를 일궈낼 것"이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지난 10년간 주택업계에 몸담으면서 체득한 자신만의 성공 비결이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동일토건은

- 매출액 : 2005년 5289억원(순익 307억원)

2006년 목표 6300억원

(순익 617억원)

- 2006년 시공능력 평가 순위 : 90위

- 올해 아파트 공급 계획 : 2400여 가구

- 직원 수 : 300여 명(2006년 9월 현재)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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