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나라의 아우구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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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가 사라진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아무도 그 아이를 기억하지 못한다.
이름도, 얼굴도, 성격도… 내 친구의 모든 것이 잊혀져 버린 것이다.
한국의 어린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덴마크 판타지 동화의 신선한 매력!
이보다 귀여운 판타지는 없다!

■ <잊혀진 나라의 아우구스트>에서 펼쳐지는 환상과 모험

아우구스트의 가장 친한 친구가 사라졌다. 그 친구의 부모님이 놀이방에서 데려가는 것을 깜빡한 것이다. 친구의 옷과 가방만이 여전히 놀이방에 남겨져 있을 뿐, 그 친구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우구스트는 놀이방에서 친하게 지내는 동생, 오마르와 함께 사라진 친구를 찾아 놀이방 구석구석을 찾아보지만, 친구는 어디에도 없다.

<잊혀진 나라의 아우구스트>는 놀이방의 청소 도구함 뒤에서 펼쳐지는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간 주인공과 그 친구들이 겪는 숨막히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청소 도구함 뒤를 통해 들어간 세계는 사람들이 잊거나 잃어버린 것들이 각각의 산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욕심 많고 사악한 악어 대왕이 지배하고 있다. 아우구스트와 오마르는 친구가 잡혀 있는 악어 대왕의 성으로 가는 길에 도시락 괴물과 서랍 장 괴물의 공격을 받기도 하지만 용감하게 이겨낸다. 그러나 오마르는 ‘기억을 지우는 강물’에 빠진 후 모든 기억을 잊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리워하기는커녕 기억에서조차 지워버린 죽은 영혼들도 만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악어 대왕의 성에 도착한 아우구스트와 오마르는 괴물들에게 붙잡혀 악어 대왕의 먹잇감이 될 위기에 놓이지만, 놀라운 기지와 용기로 위기를 극복하고 친구를 구해낸 후, 부모님이 있는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 덴마크 판타지 동화의 신선한 매력 속으로

<잊혀진 나라의 아우구스트>는 덴마크에서 날아 온 판타지 동화이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등 판타지의 대명사로 불리는 작품들이 고학년 아동과 성인까지를 대상으로 했다면, <잊혀진 나라의 아우구스트>는 초등학교 아이들을 위한 본격 판타지 동화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의 심리와 행동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도, 그 나이 때 아이들만의 엉뚱한 상상을 예리하게 포착한 판타지 공간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읽는 내내 배꼽을 잡게 할 만큼 생생하고 귀여운 주인공들의 모습과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구해내기 위해 온갖 위험을 감수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과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다. 또한 ‘잊혀진 나라’라는 공간이 암시하듯, 작가는 아이들의 모험을 통해 사람이든 물건이든, 혹은 소중한 추억이든 쉽게 잊어버리는 사람들의 특성을 살짝 비꼬고 있다.

바쁜 생활 때문에 아이와 한 약속을 잊어버리는 부모에게, 물건을 한 번 쓰고 금세 잃어버리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을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은 아련한 질문을 던진다.

그때 잃어버린 그 물건들과 그 사람들, 그리고 추억은 어디로 간 걸까?

*덴마크 판타지 동화의 신선한 매력

<잊혀진 나라의 아우구스트>는 판타지 동화의 색다른 매력을 보여 주고 있다. 만화책을 보는 듯 재미있게 그려진 주인공들의 성격과 대화, 그리고 가볍게 진행되는 사건 속에 묻어나는 삶에 대한 깊은 철학을 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어린아이들이 친구를 구하기 위해 위험에 뛰어드는 모습은 사뭇 진지하면서 비장하기까지 하고, 우정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이 또박또박 내뱉는 대사는 기특함을 넘어 감동적이다.

또한 이 책에는 악의 무리에서 지구를 구하는 어린 영웅이 등장하지도 않고, 가공할 힘을 발휘하는 특별한 보물도 나오지 않는다. 그저 어린 친구들이 순수한 우정과 천진한 용기, 그리고 어린아이다운 재치로 악을 무찌르고 무사하게 현실로 돌아오는 있을법한, 한번쯤 상상해봤음직한 일들이 있을 뿐이다.

번쩍번쩍 빛나는 여타 판타지 동화와 달리, 진지하면서도 생생한 재미가 살아 있는 이 작품은 국내의 어린 독자들에게 참신하면서도 생각할 거리가 풍부한 판타지 동화로 다가갈 것이다.

*유쾌한 캐릭터 묘사

<잊혀진 나라의 아우구스트>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생생한 캐릭터 묘사에 있다. 아우구스트와 친구들은 우리나라 놀이방에서 쉽게 만날 것 같은 아이들로, 어린아이 특유의 고집과 엉뚱함, 천진함이 가득하다. ‘잊혀진 나라’라는 철학적인 개념의 공간과 그 안에서 오가는 무거운 대화들이 아이들을 비껴가는 느낌이 들지 않는 건, 바로 아이들 자신을 꼭 닮은 주인공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사소한 말실수로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면서 싸우거나 자기가 더 친한 친구라고 우기는 모습, 조금 더 나이가 많다고 꼬박꼬박 형 노릇을 받으려 하거나 꼬마 대접을 받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 모습 속에서 우리 아이들의 진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잊혀진 것들’에 대한 철학적인 메시지
잃어버린 것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거지?

어린 시절 한 번쯤 중얼거렸을 법한 물음이다. 어제까지 있었던 연필과 지우개가 감쪽같이 없어지고, 오래전에 정말 친했던 친구들의 이름조차 생각나지 않을 때,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라고 생각한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또한 세월이 흐르면서 잊어버리는 것들의 양도 많아지고, 잊어버리는 속도도 빨라진다. 그렇게 우리에게서 사라져버린 것들은 지금 어디에 있고, 그것들이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지에 대해서 무척 진지하면서도 아련하게,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오래전에 아이였던 부모들은 그들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지금의 어린 독자들은 어제, 오늘 내가 잊어버린 것들은 무엇일까 생각해 볼 수 있는, 철학적인 메시지가 가득한 판타지 동화이다.

■ 글 : 에릭 바르푀드

■ 그림 : 토레 한센

■ 정가 : 9,500원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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