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7년…소생 가능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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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사람이 다시 깨어나 정상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가.
인기 방송 작가 김수현씨의 MBC-TV 주말 연속극『 배반의 장미』에서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 손상을 입고 식물인간이 된 이민수 (남성훈 분)가 만 6년8개월만에 어느날 갑자기 깨어난다.
이 드라마는 결혼 20일만에 식물인간이 된 남편을 7년 가량 간호해온 서지영 (정애리 분)이 결국 다른 남자와 재혼한 뒤 전남편이 정상인으로 깨어나는 바람에 삼각 관계의 극심한 갈등을 겪는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의학계에선 이러한 드라마 내용이 『전혀 비현실적이고 무책임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작은 가능성에도 매달리게 되는 환자 보호자들의 오해의 소지가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경 외과 전문의들은 식물인간은 뇌 기능이 전혀 없고 신경계통이 마비돼 대·소변 기능 정도만 살아 있는 상태로 6개월 주기로 뇌 기능 검사 등을 한 뒤 변동이 없을 경우 의학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또 거의 모든 경우1∼2년 안에 합병증이 생겨 숨지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여의도 성모 병원 신경 외과 과장 최창락 박사 (가톨릭 의대 교수)는 『7년이나 식물인간으로 살아있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갑자기 회복하게 되는 것은 의학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이런 드라마 때문에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들까지 퇴원하지 않고 과잉 진료를 요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MBC-TV 『배반의 장미』 (연출 곽영범) 제작진들은 『작가 김씨가 사고로 식물인간이 됐다가 6년여만에 깨어난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하고있다』고. 밝히고 제작진 나름대로 신경 정신과의 임상 내용을 연구해 무리가 생기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1월 MBC-TV 미니 시리즈 『겨울 안개』에서도 극중 주인공의 자궁암 증세가 주부 시청자들에게 비슷한 느낌을 주어 「겨울 안개 신드롬」을 일으켜 물의를 빚은 일도 있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강현두 교수 (서울대 신문학)는 『TV드라마는 어디까지나 허구임을 인식하고 항상 객관적으로 거리를 두고 시청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드라마 내용이 너무 사실적이라 하더라도 거의 가능성이 없는 식물인간의 회복을 현실에서 바라는 것도 문제며, 극중 흥미를 위해 극단적인 상황 설정을 하는 것도 가정용 TV프로그램으로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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