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결과 발표는 '언론 회동'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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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회동(press availability)'이냐, '기자 회견(press conference)'이냐.

한.미 정상회담(14일)이 끝난 뒤 결과 발표 형식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 회동은 두 정상이 회담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단순히 결과 발표만 하는 것을 뜻한다. 언론을 상대로 한 일종의 설명회다. 보통 사전 협의절차를 거쳐 제한된 인원의 기자들만 발표장에 들어갈 수 있다.

반면 기자회견은 다수의 기자들을 상대로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형태다. 기자들과 문답을 하다 보면 예민한 쟁점에 대해 두 정상이 무슨 얘기를 주고받았는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통상 언론회동보다 기자회견이 적극적인 형태의 결과 발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한.미 실무협상팀이 확정한 두 정상의 회담 일정 표에는 언론회동으로 돼 있다.

그 때문에 일각에선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주요 쟁점에서 인식 차가 워낙 커 만족할 만한 결과가 없을 것을 미리 예상해 그렇게 합의한 게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다.

북핵 문제와 미사일.금융제재 등 대북정책과 관련한 불협화음 때문에 공동성명 발표 등이 불발에 그쳤다는 얘기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 지난해 정상회담 때보다 좋지 않다는 점이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 뒤 곧바로 오찬 회동이 이어지기 때문에 미국 측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기자회견보다 언론회동을 선호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문답이 없을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6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 때도 언론회동이었지만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한 뒤 즉석에서 "2개의 질문만 받겠다"며 미국 측 기자 2명을 지명했다. 일종의 애드리브였다.

14일에도 같은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언론회동인 만큼 원칙적으로 문답은 없다"며 "하지만 현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을지 여부는 전적으로 정상회담 초청자인 부시 대통령 마음에 달렸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14일에 있을 회담을 포함해 부시 대통령과 모두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했다. 이번 회동에선 공동 성명은 물론 공동 언론발표문도 채택되지 않는다. 세 차례 중 한 차례만 공동 문서가 채택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재임 중 다섯 차례의 정상회담을 했는데 공동문서 채택은 한 차례만 있었다.

헬싱키=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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