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논술방] 초등영어 조기교육 확대 온라인 찬반 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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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초등 영어 교육을 1, 2학년부터 시작하는 방안을 추진함에 따라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원어민과 함께 하는 초등학교 영어 수업 모습.[중앙포토]

2학기를 맞아 제출한 첫 번째 논제는 '초등 영어 조기 교육 확대'로서, 토론을 위한 것이었다. 1997년 초등학교 3학년 교과에 영어 과목이 포함되기 시작했으므로 지금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라면 직접 경험한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과 입장을 충분히 잘 표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토론의 장을 마련해 보았다.

출제 의도와는 달리 처음엔 여러 편의 논술문이 차례로 올라왔다. 하지만 다시 한번 토론 진행 방법과 예를 공지하였더니 이내 다른 사람이 쓴 글에 '답글' 형식으로 글을 올리며 토론에 활기를 띠었다. 참가 학생들의 적극적이면서도 차분한 태도와 잠재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논거와 주장이 분명하였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한 논의도 기대 이상이었다. 서울.경기 지역뿐 아니라 지방의 크고 작은 도시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수도권 지역의 교육환경과 다른 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고 다양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의견을 수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자리였을 것이다.

'초등 영어 조기 교육 확대'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에는 김승은(만수여중 2년).유병훈(솔빛중 3년) 학생 등이 섰고, 반대하는 입장에는 황진희(관동중 3년).박혜원(양평중 3년).김하나(봉우중 3년).조익찬(통영동중 1년).추다혜(만수여중 2년).이승규(관산중 1년) 학생 등이 섰다. 찬성하는 이유로는 ▶글로벌 시대의 영어 능력의 필요성 ▶학교 영어 교육의 활성화로 공평한 교육 기회 제공 ▶어릴수록 외국어 습득의 용이성 등이었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모국어 습득이나 정체성 확립에 방해가 되고 사교육 과열을 조장한다는 점 등이었다. 제시된 논거들이 모두 타당하고 설득력이 있었다.

주목할 것은 모든 학생이 공통으로 현재 이뤄지고 있는 초등학교 영어 교육 방식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제기한 점이다. 그 내용으로는 ▶어린 초등학생에게 걸맞지 않은 수업방식 ▶학생들의 다양한 영어 능력이 고려되지 않은 점 ▶획일적인 표현을 단순히 암기하도록 하는 주입식 교육 ▶영어 수업의 빈도와 시간이 한 가지 언어를 습득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 등이었다. 또한 직접 체험한 당사자들로서 매우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수업에 게임과 노래를 활용하여 영어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것과 파닉스와 실용 회화 등 고학년이나 중학교에서 배우는 영어의 기초가 되는 내용을 다루어야 한다는 것 등이었다.

특히 황진희(관동중 3년)와 박혜원(양평중 3년), 두 학생은 자신의 의견을 잘 피력하였고 또한 부분적으로는 상반된 입장에서 반론을 제기하기도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자신의 논리를 재검토, 한 단계 더 구체화하는 등 최고 학년으로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가운데 일부를 소개한다.

"(중략)그런데 이렇게 알게 모르게 중요한 과정에서, 특히 거의 자기주장이 뚜렷하지 않고 주입식 교육을 받는 나이에서 '영어'라는 새로운 언어가 나타나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어떻게 될지 의심스럽네요. 또 단순히 한글을 잘 읽고 쓴다고 해서 국어 교육이 완전히 잡혔다고는 볼 수 없어요. 언어는 단순히 읽고 쓰는 것 이상을 이해하는 학문이니까요."(박혜원)

"한때 '조기 유학'바람이 불었었죠? 이에 대해 많은 찬반이 갈렸었는데, 여기서 이번 초등영어교육 확대에 관한 힌트가 있는 것 같아요. 제 말은, 조기 유학에 성공하여 두 가지 언어를 모두 습득한 아이가 있는 반면, 조기 유학에 실패하여 두 가지 언어를 모두 놓친 아이도 있을 테니까요. 여태까지 초등영어교육이 그 교육구조만 개선된다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혜원님의 말을 듣고 보니, 역시 확률은 반반일 것 같아요."(황진희)

오길주 문예원글로피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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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주제=제시문의 내용을 참조하여 '종이책'과 '전자책'을 사례로 들면서, 디지털 시대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800자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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