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이양 시기 안 다룰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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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식(사진) 주미 대사는 10일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원칙에 대해서는 논의하겠지만 이양 시기 등 세부 문제는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는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회담에선 미국의 전작권 이양이 양국의 동맹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일로, 환영한다는 선에서 논의가 진행될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또 "두 정상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위해 서로 확고한 지원을 약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그는 "6자회담을 재개해 9·19공동성명을 이행할 체제가 만들어지도록 공동노력하자는 큰 틀의 입장표명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한한 북한의 태도가 중요하므로 이번 회담에서 어떤 돌파구가 마련된다고 생각하는건 무리"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작권 문제가 양국 간 주요 현안인데.

"전작권은 한.미 간에 근본적인 이견이 있는 사안이 아니다. 미국도 동맹의 성숙도를 감안, 한국이 전작권을 행사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두 정상은 이런 원칙에 대해 대화를 나눌 것이다. 이양 시기 등의 문제는 정상들이 합의할 사안이 아니다."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미국이 북한에 대해 유연성을 좀 발휘해 달라'고 말할 가능성은.

"우리가 북한 문제의 중요한 당사자이므로 여러 가지 건설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현재 북.미 간 상호 불신의 골이 매우 깊은 만큼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문제가 풀린다고 말하긴 어렵다."

-회담에서 북한에 핵실험을 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발표되나.

"북한이 핵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식인데 굳이 정상회담을 통해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미국 측은 북한 핵 실험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자고 했는데 한국이 반대했다는 얘기가 있다.

"그건 잘 모르겠다."

-회담에서 공동성명은 발표되는가,

"지난해 경주 정상회담에서 미래의 청사진을 담은 공동선언문이 나온 만큼 이번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본다."

-양국 정상이 회담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건 어떤 것인가.

"FTA와 비자 면제 프로그램이다. FTA와 관련해 양국은 상호 이해관계를 적절히 반영, 서로 만족할 수 있는 협정을 맺기 위해 노력하자는 점을 확인할 것이다. 비자 면제 문제와 관련해 미국 측은 그동안 한국이 비자 거부율을 낮추려고 적극 노력한 점 등을 평가하면서 한국의 비자 면제를 위해 미국 정부가 협력하고 지원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한다."

-노 대통령의 방미는 왜 항상 실무 방문인가.

"미국을 공식 방문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을 두고 추진해야 한다. 이번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노 대통령이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한다는 점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두 정상의 이념 성향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차이가 있음에도 두 정상은 이해의 폭을 넓혀 왔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도 노동당 출신으로 부시 대통령과는 이념이 다르지만 서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 않나."

워싱턴=이상일.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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