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운 가장 큰 힘은 부모님에게 배운 성실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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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내가 가능했던 것은 부모님 덕분입니다. 스탠퍼드와 하버드에서 배운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그분들께 배웠으니까요."

지난달 말 미국 시애틀 인근 레드몬드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만난 셰인 킴(43.사진)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스튜디오(MGS) 대표는 부모님의 가르침을 삶의 기준으로 삼고 있었다.

그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잣대와 성실성의 중요성을 195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 간 부모로부터 배웠다고 말했다. 이 기준에 따라 일하다보니 오늘에 이르렀다고 했다.

셰인 킴은 1963년 미 아이오와주에서 태어나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과 국제관계론을 전공하고, 하버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땄다. 89년 MS에서 인턴으로 일한 게 인연이 돼 90년 정식사원으로 입사했다.

95년 MS의 게임사업 부문인 MGS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MGS는 윈도 도스용 PC게임 정도만 만들었고, 직원도 50명에 불과했다. 그 조직이 지금은 1100여 명의 거대조직으로 성장했다. 그 일등공신이 셰인 킴이다.

그는 99년 MS의 대표적 게임 시리즈인 동물원 시뮬레이션 게임 '주 타이쿤(Zoo Tycoon)'의 제작을 총괄했다. 2004년 MGS 대표가 된 뒤 게임업계의 각종 상을 휩쓴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Ⅲ'도 제작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달 부사장(CVP)으로 승진했다. 한국계로는 최고위직이다. MS 전체 직원 7만여 명 중 부사장(CVP)은 90명뿐이다.

MS 본사에서 만난 셰인 킴은 대학생처럼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그는 "한국말을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자신을 '워커홀릭(일 중독자)'으로 표현했던 지난해의 한 인터뷰 기사에 대한 소감이 궁금했다.

그는 "나는 워커홀릭이 아니고 가정과 직장의 건강한 균형(a healthy balance)을 중시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내게는 가족이 가장 중요하다"고도 했다. 일 때문에 부인과 가족의 행복까지 희생하지는 않는다는 얘기였다. 부인 직업을 묻자 "가정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고 했다. 전업주부라는 얘기인데 그는 독특하게 '가정주부(housewife)'라는 단어 대신 '가정 경영(home management)'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의 부인도 하버드 MBA 출신이다.

MS 부문장인 부사장의 급여가 궁금했다.

그는 승진 후 바뀐 것은 명함의 타이틀뿐이라면서 구체적인 급여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사무실도 이전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MS에서 사무실 선택권은 직위가 아니라 근속연수에 따라 우선순위가 정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나는 입사한 지가 오래돼 창이 있는 사무실에서 일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셰인 킴은 "1100명이 넘는 조직을 혼자서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부문별 책임자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하고 그들을 신뢰하면서 일한다"고 말했다. 리더의 중요한 덕목은 부하를 신뢰하는 것이라는 말도 했다. 실력이 있는 인재를 뽑아 그들에게 신뢰하고 권한을 맡겨야 강한 조직이 된다는 것이었다.

시애틀=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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