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억불 시베리아 개발 “첫걸음”/현대 소 유화단지 참여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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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원전파트너 미사 소에 적극 추천/천연가스 개발추진도 좋은 반응
현대그룹의 북방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소련방문 때마다 메가톤급 합작사업을 터뜨렸던 정주영현대그룹명예회장은 지난 4∼11일까지의 4차 방소에서 미국 CE사와 함께 시베리아 토볼스크석유화학단지 건설에 참여키로 했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그동안 단독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미국ㆍ일본기업과 컨소시엄형태로 시베리아 개발에 참여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는 했으나 한국기업이 외국회사와 합작,소련에 진출하기는 이번 사업이 처음이다.
토볼스크석유화학단지 건설은 당초 미국CE사와 소련석유화학부간에 1년6개월전부터 논의돼 왔는데 영광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때 CE사가 원전의 설계를 맡고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것이 인연이 돼 CE사가 소련측에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볼스크석유화학단지의 총투자규모는 1차 공사만 20억달러,2차 공사가 20억∼30억달러로 예상되고 있으며 현대는 이중 플랜트 건설공사를 맡을 계획이다.
이 경우 플랜트 건설공사는 전체 투자규모의 4분의 1수준으로 볼때 1차 공사만 5억달러, 2차까지 합치면 10억∼12억달러에 이르는 규모다.
공사대금은 서방은행에서 미국과 소련이 책임지고 조달하는데 3분의2는 달러화로, 3분의1은 루블화로 결제하는 조건이다.
이밖에도 현대가 추진중인 시베리아 개발사업은 연해주 스베틀라야지역 삼림개발ㆍ파르티잔스크 석탄개발ㆍ비누공장(연산 2만1천t)합작건설ㆍPC합작생산(연산 12만대)ㆍ나홋카 종합무역센터 건립ㆍ수리조선소 합작사업ㆍ아파트건설등이다.
삼림개발(30억평)의 경우 올 하반기에 우선 목재 50만입방m를 들여오고 내년부터 매년 1백만입방m씩 개발수입할 예정인데 계약대로 30년간 목재를 개발하면 총30억달러에 이르는 규모다.
이와함께 가장 관심을 끄는 사업은 야쿠츠크가스전개발 사업이다. 현대의 복안은 이곳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남북한이 함께 쓰되 이를 위해 북한을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을 남한에서 시베리아까지 연결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방안은 이미 현대가 소련측에도 제시,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가스전개발이 성공할 경우 사업규모가 석유화학단지 건설보다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현대가 추진중인 사업이 모두 성사되면 총사업 규모는 1백억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현대가 무엇보다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것은 시베리아의 자원개발 못지 않게 북한과의 경제협력이며 시베리아개발도 북한의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정주영회장이 작년 1월 북한을 방문했을때 합의한 개발사업은 금강산개발,시베리아석탄ㆍ암염공동개발,원산수리조선소ㆍ원산철도차량기지건설등 5개항인데 모두 북한측이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금강산개발사업외에 나머지 4개사업은 중국ㆍ소련등 4개국이 모두 관련돼있어 동북아의 정세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현대의 이같은 야심적인 북방진출 사업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정회장은 이에대해 『소련과의 투자보장협정이나 이중과세방지협정등이 조만간 체결될 것』이라고 밝히고 『남들이 현대가 무모하다고 하지만 중동진출도 위험을 무릅쓰고 했기때문에 그 과실이 컸다』고 말하고 있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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