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의 퓨전…흥미진진 공연 2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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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공연은 살아 꿈틀거리는 '현재 진행형'이다. 초연은 비록 어설프고, 미흡하지만 끊임없이 반복.수정되다 보면 '명품'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게 무대의 속성이다. 여기 두 공연, 아직 세상의 큰 주목을 못 받고 있지만 그 가능성만은 그 어떤 '대박' 공연에 못지 않다.

#쓰레기로 소리를 낸다?-위트 앤 비트(Wit&Beat)

소리엔 영역이 따로 없음을 보여준다. 자동차 알루미늄 휠, 가스 공급에 사용되는 PE파이프 등 이름은 몰라도 뉴스에서 본 듯한 산업 폐자재가 그럴싸한 악기로 변신한다. 페트 병도 등장하고, 뒤집어 놓은 화공약품통이 훌륭한 소리를 낸다. 심지어 타이어에 바람을 넣는 공기 주입기로 '에델바이스'를 연주하는 장면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친환경적인 현대판 사물놀이요, 악기에 대한 고정 관념을 철저히 부수는 공연이다.

시력을 잃은 소년 혹은 소녀에 대한 이야기다. 보이지 않기에, 소리로 그는 모든 것을 상상한다. 1막에선 어둠 속 야광 물체들이 리듬에 맞춰 흔들어대더니 2막에 들어서자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출연진들이 코믹하게 재연해낸다. 주인공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3막, "'만지지 마세요'란 말이 제일 싫다"란 DJ의 멘트에 콧 끝이 시큰해진다. 빛나는 아이디어와 따스한 스토리로 온 가족이 보기에 적합하다. 24일까지 문화일보홀. 02-2677-9500.

#디지로그 뮤지컬-더 플레이(The Play)

'더 플레이'는 본래 1999년 '오 마이 갓스'란 이름으로 초연됐다. 5년간 공연돼 17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은, 꽤 인기있는 작품이었다. 이번엔 '디지로그'(Digilog)란 외투를 입고 새롭게 태어났다. 즉 아날로그의 무대를 보여주면서 영상 화면이란 디지털 요소가 공연 내내 등장한다. 무대에선 공연을 하고 있는데 같은 장면이 영상으로 틀어지기도 한다.

중독에 대한 이야기다. 1막은 '떡볶이'로 상징된 일상의 중독이다. 재미있고 코믹하다. 2막은 스타 시스템을 풍자하며 성공에 대한 중독을 말한다. 2성부.4성부.6성부 등 라이브 노래를 듣는 맛이 쏠쏠하다. 흥미로운 건 3막. 요즘 신문지면을 한창 오르내리고 있는 '바다이야기'를 다룬다. 제작진은 "중독을 얘기하면서 사행성 게임을 빼놓을 수 없어 소재로 삼았는데 우연의 일치로 최근 상황과 딱 맞아떨어졌다"라고 말한다. 지나친 주제의식의 표출은 옥에 티. 서울 청담동 브로딘 아트센터. 02-501-7888.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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