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공 독립선언/소련내 민족독립 바람 거세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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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고회의 제재피해 「1940년 합병」 무효화/무력 진압땐 연방붕괴 위험
소련 발트해연안 3국중 하나인 리투아니아가 11일 전격적으로 독립을 선언하고 나선 것은 앞으로 소련연방의 장래를 결정할 중요한 사건의 시작으로 봐야할 것 같다.
애당초 리투아니아의회가 독립을 선언하는 것은 시간문제였으나 예상보다 앞당겨 독립을 실시한 것은 12일 소집예정인 연방최고회의에서 리투아니아독립 움직임에 대한 모종의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현재 리투아니아 의회는 지난번 선거에서 총1백41개 의석중 1백30석만 확정 됐을 뿐 11석은 미정인 상태로 이번 독립선언은 의회가 완전 구성되기도 전에 급히 감행된 것이다.
소련 최고회의는 12일 회의에서 최고회의의장에게 비상대권을 부여하는등 연방탈퇴움직임에 대해 비상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안을 심의할 예정으로 있다.
이번 리투아니의 독립선언은 법적으로 1918년 리투아니아의 독립선언을 재확인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과 8월 40년 소련의 리투아니아 합병과 39년 독소 비밀협약의 무효화를 각각 선언함으로써 리투아니아가 소련에 속하는 원인을 무효화시키는 방법을 취했다.
따라서 이론상으론 지난달 말 소련최고회의에서 결정된 연방이탈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가 된다. 당시 소련최고회의는 그동안 소련헌법의 미비점인 연방탈퇴를 법적으로 보완한다는 명분으로 연방이탈법을 제정했으나 연방이탈을 공화국단계와 연방단계의 두단계로 나누고 각 과정에 여러 「독소조항」을 마련,사실상 연방이탈을 불가능 하도록 했다.
리투아니아 의회는 이와 함께 종래의 국명인 소비에트사회주의 리투아니아공화국에서 「소비에트사회주의」를 삭제,리투아니아공화국으로 변경했다. 뿐만 아니라 최고위원회의장에 사상최초로 비공산당원인 사유디스 지도자 란츠베르기스를 선출했다.
그동안 리투아니아의 분리ㆍ독립운동을 주도해 왔던 공산당 제1서기 브라자우스카스는 그의 「점진적」 연방이탈론이 의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함으로써 최고위원회 의장직에서 탈락했다.
브라자우스카스는 지난해 12월 리투아니아공산당의 소련공산당으로부터의 분리를 주도하는 등으로 리투아니아인들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고르바초프서기장과 개인적으로 가까워 난국을 합리적으로 수습할 수 있는 인물로 꼽혔었다.
이에 대해 새로 최고위원회의장으로 선출된 란츠베르기스는 사유디스의 지도자로서 지금 당장 연방으로부터 이탈해야 한다는 급진적 입장이다. 따라서 브라자우스카스와는 달리 연방당국과 상당한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연방당국은 일찍부터 리투아니아의 독립움직임을 인정할수 없다는 입장을 표시하고 성급한 행동을 자제해 줄 것을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소련으로서도 지금으로선 별다른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소련지도부는 리투아니아 문제에 대해 비군사적 해결원칙을 거듭 천명한바 있다.
또 군사력을 동원,독립 움직임을 저지할 때 국내외적으로 소련의 피해는 엄청나 궁극적으로 소련내 전소수민족으로 파급,소련전체가 일종의 내란에 빠짐으로써 연방자체를 붕괴시킬 가능성마저 있다.
따라서 소련당국으로선 보다 폭넓은 자치허용 등으로 회유하는 한편,굳이 연방으로부터 벗어나려 할 경우 그동안 소련이 제공한 경제적 지원에 대한 배상을 하도록 요구하는 강경책을 쓰고있다.
고르바초프는 최근 리투아니아에 대해 지난 50년간 소련이 제공한 각종 산업시설 및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대가로 2백10억루블(미화 3백40억달러)을 배상할 것을 제안한 바 있으나 리투아니아측으로부터 냉담한 반응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이번 리투아니아의 독립선언은 우선 이웃국가인 에스토니아ㆍ라트비아로 확산될 것이며,남부 카프카스지방 소수민족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급진주의자들 가운데는 연방의 발전적 해체를 주장하기도 한다. 급진개혁파 정치가이자 역사학자인 유리 아파나셰프는 소련 민족문제 해결의 유일한 방안은 연방의 해체와 각 민족국가들의 국가연합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발트해의 소국 리투아니아에서 시작된 소련의 민족독립 도미노현상은 이제 거역할 수 없는 역사적 대세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정우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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