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예금 가입 무주택자에 혜택/아파트분양 「우선권」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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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정규모 이하 기간ㆍ가족등 감안/기존가입자의 기득권이 큰 장애
청약예금 가입자중 무주택자에게 아파트를 우선 분양하는 방안을 놓고 정부가 고민에 빠져있다.
기존 가입자의 기득권 침해문제가 가장 큰 장애물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분양물량의 일정비율을 떼어 무주택자에게 배정하는 대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청약예금가입자중 무주택자가 몇명이나 되는지 알길이 없어 이것마저 쉽지 않은 형편이다.
현제도상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서는 청약저축이나 주택청약 정기예금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중 주공아파트등 국민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는 청약저축은 무주택 세대주만을 가입대상으로 하고 있어 내집이 있는 사람에겐 돌아가지 않는다.
문제는 민영아파트를 분양받는 청약예금제도다. 청약예금은 주택보유 여부에 관계없이 가입후 9개월만 지난면 1순위 자격을 얻어 청약신청을 할수 있게 돼 있다.
이렇게 알고 청약예금에 가입,아파트 분양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2월말 현재 73만명을 넘고 있다.
연초 전세값 폭등으로 홍역을 치렀던 정부는 주택부족현상이 단시일내 해결되기 어렵고 투기심리가 상존하는 현실에서 주택에 대한 가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민영아파트도 무주택자 위주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됐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모든 민영아파트가 아닌 일정규모(예컨대 25.7평이하)만 떼어 무주택자에게 그것도 무주택기간ㆍ가구주연령ㆍ가족수 등을 감안한 우선순위에 따라 분양하고 그이상의 중ㆍ대형아파트는 지금처럼 주택소유 여부에 상관없이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이는 집이 있더라도 더 큰 집을 분양받기 위한 경우는 가수요자로 보기 힘들며 주택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중ㆍ대형까지 수요자를 규제하기는 곤란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이 방안도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아파트 분양을 기다리는 사람이 전체 73만명의 가입자중 절반을 훨씬 넘는 41만명을 웃돌고 있어 기득권침해 시비의 소지가 많고 이들의 경우도 식구가 느는 등의 이유로 집을 늘려 가고자 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부는 분양물량중 일정비율을 무주택자에게 공급하고 나머지를 유주택자에게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청약예금 가입자중 무주택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수 없어 이역시 뽀족한 대책이 못되고 있다.
예컨대 분양물량의 60%는 청약예금가입자중 무주택자에게,나머지 40%는 유주택자에게 분양할 경우 만일 실제 가입자중 무주택자 비율이 60%를 넘으면 오히려 무주택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빚게되기 때문이다.
결국 무주택자에게 분양기회를 조금이라도 많이 주기 위해서는 무주택자에게 배정되는 분양물량 비율이 유주택자분보다 많아야 되는데 현재로서는 무주택자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알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이는 청약예금가입때 주택보유 여부를 파악해두지 않는데다 가입후 주택을 매입한 경우는 더더욱 조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건설부는 지역별로 표본조사를 통해 청약예금가입자중 무주택자비율을 추정,이 비율 이상으로 무주택자에게 분양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이와 함께 무주택자 우선 분양제도를 도입할 경우 집이 있으면서도 주민등록위장이전 등으로 무주택자로 가장하는 사례도 나타날 가능성이 많다.
집없는 사람에게 내집마련의 우선기회를 주는 것이 사회정의상 옳다고 해도 그에 따른 문제점도 적지 않아 앞으로 정부가 어떤 정책을 선택할지 관심거리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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