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전세값 잡기 고육책|「다가구주택」의 이해득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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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전·월세파동과 관련,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내 놓은 새로운 형태의 다가구(다가구)주택 건립장려방침이 기존주택가의 주거환경·도시환경문제들과 얽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정부는 공단이나 대학촌 주변의 속칭 벌집과 비슷한 형태인 방 1∼2개에 부엌·화장실을 갖춘 독립 주거기능의 주택건축을 허용, 값싼 셋집을 대량 공급함으로써 전·월세 파동으로 인한 영세민들의 피해를 줄여보자는 방안이다.
서울의 경우 전체 2백85만7천 가구 중 44·5%인 1백27만3천 가구가 단독주택에 세 들어 살고있어 단독주택 셋방가구가 전체가구의 절반에 가까운 실정으로 미루어 그 수요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구상에 누구나 원칙적 반대는 하지 않지만 안정된 기존 주택가에 들어설 경우 마을의 슬럼화를 우려한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건축촉진을 위해 인접대지와의 거리를 불과 0·5m로 정해 분쟁의 여지가 많도록 돼있다.
무엇보다 일본에서 영세민 주택정책으로 장려했다가 슬럼화로 실패한 나가야(장옥)처럼 정부가 영세 임대가구를 양산, 도시곳곳에 달동네를 형성할 우려가 많다는 지적이다.
한양대 건축과 전경배 교수는『셋방살이하는 가구가 많은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다가구주택은 필요한 거주형태이지만 장기대책은 될 수 없다』며 『상하수도·화장실·부엌 등 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개인생활의 프라이버시를 보존할 수 있는 형태로 집을 지을 수 있도록 건축기준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와 건축전문가들도 다가구 주택이 필요한 주거형태이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방침결정에 신중하지 않으면 공단·대학촌주변에 산재한 벌집과 같은 수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건설부방침과는 달리 분양. 분할등기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
서울시관계자는 그 이유로『분양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전·월세파동에 따른 피해를 앞으로도 피하기 어렵고 소유가 안 되는 집단 영세민가구는 자칫 슬럼화 될 우려가 많기 때문』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가 건립촉진방안으로 제시한 융자금도 분양주택에만 지원하고 임대는 융자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
또 기존 주택가의 주거환경을 해쳐 민원이 일어나는 일을 막기 위해 건축심의위원회를 거쳐 짓도록 해야한다는 의견이다.
◇다가구주택=속칭 벌집으로 불리는 다중(다중)주택과 비슷하지만 공동화장실만을 허용하고 있는 다중주택과는 달리 단독 화장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다른 점이다.
또 다세대주택과 비교, 규모에서 연면적 3백30평방m(1백 평) 이하, 3층 이하로 제한한 것은 같지만 주택 한 동에 들어갈 수 있는 가구수를 2∼9가구로 제한, 다세대주택의 2∼19가구보다 적도록 했다.
다세대주택과 또 다른 점은 분양을 금지, 분할등기 역시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건설부는 이같은 다가구주택의 건설 촉진을 위해 국민주택기금에서 융자금 (연리 10%, 1년 거치 원금일시상환조건)으로 가구 당 7백만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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