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캐논도 못 받은 신용등급 'AAA' 도쿄대가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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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도쿄(東京)대가 일본 최대 신용평가기관(R&I)으로부터 가장 높은 투자등급인 트리플A(AAA)를 받았다.

일본 대학 중 AAA를 획득한 곳은 도쿄대가 처음이다.

8일 R&I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전체 669개 기업.단체 중 AAA를 얻은 곳은 도요타.덴소.주택금융공고(公庫) 등 8곳에 불과하다. 일본을 대표하는 우량 기업인 캐논.소니.마쓰시타는 AAA를 얻지 못했다.

R&I는 "도쿄대의 신입생 모집 능력이 뛰어나고 자금이 풍족하며, 경영이 선진적인 점을 높게 평가했다"며 "또 2004년 국립대학의 법인화에 발맞춰 '도쿄대학 헌장'을 제정, 학부.학과.부속연구소 등 각 조직 단위가 자율적으로 활동하게 하는 등 조직 운영 면에서도 선진적"이라고 밝혔다.

도쿄대는 올 3월 말 현재 총자산이 도쿄 시내에 위치한 혼고(本鄕)캠퍼스를 포함해 1조3000억 엔에 달한 반면 차입금은 750억 엔에 지나지 않았다. 자기자본 비율은 82%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877억 엔의 정부 지원금(운영비 교부금)을 확보했다.

◆ 도쿄대의 "안 변하면 죽는다"=도쿄대는 2004년 국립대학 법인화가 시행되기 전까지만 해도 정부 지원 아래 안주해 왔다. 교직원이 공무원 신분이고 모든 게 정부의 통제를 받았다. 그러나 법인화 시행으로 자율적으로 교육 과정.수업료 등을 결정하고 수익사업도 하게 됐다. 총장의 리더십, 경영의 효율성에 따라 매년 학교마다 제각각 다른 성적표가 나오게 된 것이다. 이 성적에 따라 정부 지원금도 결정되는 치열한 경쟁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도쿄대는 당장 미국의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에 의뢰해 3개월간 경영진단을 받았다. 개교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종전까지만 해도 관행처럼 이뤄지던 비효율적 업무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또 대학 구내에 레스토랑을 유치하고 '도쿄대학' 브랜드의 각종 상품을 개발하는 등 수익사업에도 달려들었다. 98년간 축적해 온 아미노산 연구에 기초해 개발한 '도다이(東大의 일본어 발음) 서플리먼트'란 건강보조제는 일반인들과 학생들에게 대인기다.

도쿄대 관계자는 "국립대학의 법인화 이후 재무.경영 측면에서의 노력을 제3자에게 객관적인 수치로 평가받고 싶었다"며 "당장 채권을 발행할 계획은 없지만 향후 자금 조달 방식을 다양화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 다른 국립대학들도 '살아남기' 경쟁=2004년의 법인화 이후 국립대학들의 경영에 임하는 자세도 급변하고 있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지난해 결산 결과 87개 국립대학의 순이익은 712억 엔이었다. 이 중 기부금 등 외부로부터의 자금 조달이나 경비 절감 등 경영 노력에 의한 이익이 60%(417억엔)에 달했다. 이는 2004년의 54억 엔에서 7배 이상으로 뛴 것이다. 법인으로 전환한 국립대학들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문부성 관계자는 "대학마다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과감히 채택하고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등 법인화 초기에 비해 경영 감각이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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