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CIA 비밀감옥' 첫 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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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따라 오세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테러에 대한 연설을 마친 뒤 바로 옆 크로스홀에서 딕 체니 부통령이 따라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CIA가 운영하는 해외 비밀감옥의 존재를 처음으로 공개 시인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중앙정보국(CIA)이 테러용의자들을 구금하기 위해 '비밀감옥'을 설치.운영해온 사실을 6일 시인했다고 뉴욕 타임스와 AP통신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그동안 CIA가 비밀감옥을 운영한다는 의혹은 많이 제기됐으나 미 행정부가 이를 시인한 것은 처음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한 연설에서 9.11 테러 주모자의 하나로 알려진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를 포함한 14명의 일급 테러 용의자들을 CIA의 비밀감옥에 수감했다고 밝혔다. 이들 테러 용의자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재판을 받기 위해 미군이 운영하는 쿠바의 관타나모 수용소로 이관됐다고 덧붙였다.

부시는 "이 프로그램(비밀감옥)이 없었다면 테러범들은 미국을 다시 공격하는 데 성공했을 것"이라며 "심문 과정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으며,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다"고 말했다.

CIA 비밀감옥에는 9.11 때 항공기를 납치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람지 비날쉬브,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 조직원 간의 연결고리로 알려진 아부 주바이다 등도 수감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부시 대통령은 감옥의 위치와 구체적인 심문 기법은 언급하지 않았으며 "과정은 혹독했으나 모든 것이 합법적이었다"라고만 말했다. 그는 이곳에 수감됐던 테러 용의자들은 나중에 국방부 관할로 이관됐으며 제네바협약에 따른 철저한 보호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이 비밀감옥의 존재를 지금 시인한 배경에 대해 AP통신은 "지난달 대법원이 관타나모 수용소 운영이 불법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며 "중간선거를 두 달 앞두고 테러와의 전쟁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그런 발언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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